몸 되어 사는 동안
시간을 거스를 아무도 우리에겐 없사오니
새로운 날의 흐름 속에도
우리에게 주신 사랑과 희망-당신의 은총을
깊이깊이 간직하게 하소서
육체는 낡아지나 마음으로 새로웁고
시간은 흘러가도 목적으로 새로워지나이다
목숨의 바다-당신의 넓은 품에 닿아 안기우기까지
오는 해도 줄기줄기 흐르게 하소서
이 흐름의 노래 속에
빛나는 제목의 큰 북소리 산천에 울려퍼지게 하소서!
(김현승·시인, 1913-1975)
+ 새해의 기도
님이여 새해엔
더 높은 곳을 우러르는
그런 삶을 살아가게 하여 주소서
그러나 먼저
낮은 데부터 살펴보는
겸허함을 주소서
님이여 새해엔
더 먼 곳을 바라보는
그런 삶을 살아가게 하여 주소서
그러나 먼저
가까운 곳을 눈여겨보는
섬세함을 주소서
님이여 새해엔
주위와 이웃을 더 돌아보는
그런 삶을 살아가게 하여 주소서
그러나 먼저
나 자신부터 헤아릴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오보영·시인, 충북 옥천 출생)
+ 주님 안에서 새 생명으로 거듭나길 바라며
새 생명을 주신 주님.
새해가 되면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됩니다.
묵은 시간을 벗어버리고
봄날 새순 돋듯 새 마음이 되고자 합니다.
이제 당신 안에서 새 생명을 얻었으니
지난 얼룩은 지워버리고
새롭게 출발하게 하소서.
주님의 거룩한 부르심에 순응하며
감사와 찬미 드리게 하소서.
서툰 발걸음을 옮기는 저희를 바른길로 인도하시며
봄볕처럼 포근하게 안아주시고 축복하소서.
주님과 함께 있음이 자랑이며 기쁨이 되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힘이 되어주소서.
(이재희, 『엄마의 기도수첩』 중)
+ 새해 아침의 기도
새해에는
우리 마음을 정결하게 하소서
지난해 묻은 흠 다 덮어
흰 눈처럼 깨끗하게 하소서.
봄 오기 전에
믿음의 확신이 자라게 하소서
의심 버리고 신뢰함으로
생활에 기쁨 있게 하소서.
여름 되기 전
우리의 마음 사랑으로 설레게 하소서
삶이 아름다워져
축복해 주심을 알고
사랑으로 이 가슴 뜨겁게 하소서.
가을에는
풍성하게 하소서
기도하며
사랑하여
기쁨 충만케 하소서.
찬바람 부는 겨울에
이웃을 돌아보게 하소서.
모든 일에 은혜의 의미를 알고
감사의 마음 나누게 하소서.
(전홍구·시인, 1947-)
+ 새해 아침에
내게는 사랑만 남게 하소서
주고서 받을 셈은 잊게 하시고
더 주지 못한 아쉬움만
갖게 하소서.
내게는 사랑만 남게 하소서
받고 싶은 한마디는 잊게 하시고
주어야 할 한마디만 내내
기억하게 하소서.
내게는 사랑만 남게 하소서
창가에는 불빛 하나 걸어두게 하시고
문 두드리는 소리 행여 외면하지
않게 하소서.
내게는 사랑만 남게 하소서
현란한 겉치레의 행적(行蹟)보다는
관심의 작은 몸짓 하나가
부디 기적의 시작임을 알게 하소서.
내게는 사랑만 남게 하소서
격식이나 체면에는 덤덤하게 하시고
진실로 서야 할 자리를 분별하는
견고한 지혜를 허락하소서.
내게는 사랑만 남게 하소서
일상(日常)의 소중함을 알게 하시고
오늘이 곧 영원으로 이어진 길 위에
놓여 있음을 알게 하소서.
새해에는 사랑만 남게 하소서
사랑만이 삶의 이유가 되게 하시고
오직 사랑만이 내게는 하루의
목적이 되게 하소서.
(홍수희·시인)
+ 소망의 기도
지난 한 해를 뒤돌아보니
거미줄 치듯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온 삶 앞에
허무와 공허감이 밀려듭니다.
내 삶 앞에 가로놓인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에
순응하며 극복하려 노력했어도
생각대로 의지대로 잘되지 않아
더러는 상심하고 포기도 했지만
삶이 그리 호락호락한 것만이 아님을 잘 알기에
아쉬움도 후회도 없습니다.
내 생각과 말과 행동이
늘 이치에 어긋나지 않기를
나를 지배하는 모든 판단이
그릇됨 없는 현명한 판단이길 바라고
그저 큰 욕심 없이 가진 것들에 만족하고 소중히 여기며
작은 행복을 가꿀 줄 아는 소박한 삶이길 소망합니다.
새해에도 늘 지금처럼만 살 수 있기를 바라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항상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기도합니다
(설화 박현희·시인)
+ 새해에는 이런 사람이 되게 하소서
평범하지만
가슴엔 별을 지닌 따뜻함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신뢰와 용기로써 나아가는
"기도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월의 보름달만큼만
환하고 둥근 마음 나날이
새로 지어먹으며 밝고 맑게 살아가는
"희망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너무 튀지 않는 빛깔로
누구에게나 친구로 다가서는 이웃
그러면서도 말보다는 행동이 뜨거운
진실로 앞서는
"사랑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오랜 기다림과 아픔의 열매인
마음의 평화를 소중히 여기며
화해와 용서를 먼저 실천하는
"평화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그날이 그날 같은 평범한 일상에서도
새롭게 이어지는 고마움이 기도가 되고,
작은 것에서도 의미를 찾아 지루함을 모르는
"기쁨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이해인·수녀 시인,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