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생각하는 시 모음> 정연복의 '생의 다짐' 외 + 생의 다짐 한세상 살아가는 것 겁내고 망설이지 말자 늘 어제 같은 오늘이라고 따분해하지도 말자.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 말없이 흐르는 바람같이 요란함도 주저함도 없이 묵묵히 내 길을 가자. 지나온 길 아쉬움에 뒤돌아보지 말자 가야 할 길 괜한 두려움에 떨지 말자. 지금 이 순간 황홀하게 살아 있는 목숨 쓸쓸한 비관도 없이 들뜬 낙관도 없이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 기쁘게 살아가자. + 구름이 살아가는 법 무한히 넓은 하늘을 흘러가면서도 조금도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느릿느릿 천천히 흘러간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쉬엄쉬엄 유유히 흘러간다. 그래서 쉬이 지치지 않고 제 갈 길 끝내 다 가고야 만다. + 물같이 살기 어떤 모양의 그릇에 담기더라도 고분고분 그 그릇에 맞추어 살면서도 제 본래의 성질을 잃지 않는 물같이 살아가면서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한마디 불평 없이 그 상황에 적응하면서도 '나다움'을 굳게 지켜 가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 꽃잎 꽃잎만큼만 살고 싶어라 솜털처럼 가벼운 나비의 애무에도 견디지 못해 온몸 뒤척이다가도 세찬 소낙비의 앙칼진 강탈에는 그 여린 몸뚱이로 꿋꿋이 버티어 내는 저 꽃잎처럼만 살고 싶어라 가볍게, 하지만 가끔은 무겁게! + 고통이여, 내게로 오라 찬바람 맞고 또 맞아야 푸르던 잎 비로소 단풍 물든다. 한 잎 나뭇잎도 이러하거늘 무수히 고통을 겪고서야 인생은 깊어지는 것. 작은 아픔을 겪으면서 삶은 조금 깊어지고 큰 아픔을 견디어내면서 삶은 많이 깊어지리니 고통의 날들을 비켜가려 하지 말자 고통이여, 내게로 오라고 반갑게 손짓하자. + 삶의 선생 배움은 책 속에만 가르침은 학교에만 있지 않다 인품이 훌륭하고 지식이 많아야만 선생이 아니다 주변을 가만히 살펴보면 모두가 삶의 선생이다. 사시사철 변함없는 산 우직함의 깊은 멋을 가르쳐 준다 늘 아래로만 흐르는 물 낮아짐의 겸손을 가르쳐 준다 피고 지는 꽃 삶의 무상함을 가르쳐 준다 소나기 뒤의 무지개 절망 너머 희망을 가르쳐 준다 등짐 지고 꼬물꼬물 기어가는 개미 삶의 성실함을 가르쳐 준다. 삶의 주변 사물이 말없이 가르치는 것들 우리는 그 소중한 가르침을 높이 받들어야 하겠다. + 생의 발전 세계 최고의 마라토너도 달리기는커녕 걸음마도 못해 방바닥을 기어다니던 때가 있었다 세계 최고의 성악가도 노래는커녕 말 한마디 못해 옹알이나 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 내 삶의 모습이 남들과 비교해 너무 초라하다고 기죽거나 움츠려들지 말라 내가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을 긍지와 자신감을 갖고 날마다 조금씩 발전시켜 나가라 눈에 금방 띄지 않는 발전이 세월의 흐름 속에 차곡차곡 쌓여 언젠가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으리라.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