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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목련을 노래하는 시 모음> 김시천의 '목련 아래서' 외
날짜
:
2015년 04월 21일 (화) 9:30:05 오전
조회
:
2634
<지는 목련을 노래하는 시 모음> 김시천의 '목련 아래서' 외
+ 목련 아래서
묻는다 너 또한 언제이든
네 생애 가장 아름다운 날
그 날이 오면
주저 없이 몸을 날려
바람에 꽃잎 지듯 세상과 결별할 준비
되었느냐고
나에게 묻는다 하루에도 열두 번
목련꽃 지는 나무 아래서
(김시천·시인, 1956-)
+ 나의 목련
나는 목련을 지고 난 후에 본다
후회하는 사랑이 그렇듯이
담장 위에 기다랗게 목울대 올려 피어난
그 환하고 고결한 자태를
왜 제때 바라보지 못했을까
담장 아래를 수없이 지나다니면서도
고갤 들지 못하고
속절없는 생각만 하다가
사월도 가고 목련도 지고
내 사랑은 후회하는 사랑이다
(이만섭·시인, 1954-)
+ 풍경이 지다 - 목련을 보내며
창 밖 풍경이
지고 있습니다.
만남의 기쁨은 잠시
다시 긴 이별.
떠나가는
그대 뒷모습에
나의 봄날도 저물어갑니다.
찬란한 슬픔의 봄이…….
에고!
얼마나 더 살아야
이 사랑 그칠까요?
(조금엽·방송인 시인, 1960-)
+ 목련꽃
내 몸 둥그렇게 구부려
그대 무명치마 속으로
굴려 놓고 봄 한철 홍역처럼 앓다가
사월이 아쉽게도 다 갈 때
나도 함께 그대와
소리 소문도 없이 땅으로 입적하였으면
(이재무·시인, 1958-)
+ 목련이 지고 있었네
목련이 지고 있었네
눈물처럼
뚝뚝
지고 있었네
인적 드문 강 언덕
소리 없이 몰래
피어나서는
이별의 눈짓 한 번
주지 않는 너,
피는 너를
보지 못했는데
가는 너를 이제 와
배웅하느니
떠나가는 기차의
뒷모습처럼
이별은 저리도
눈부신 것을
뿌옇게 흐려지는 시야
가슴 안에 고여오는
우윳빛 눈물이여,
목련이 지고 있었네
인적 드문 강 언덕
목련이
저 홀로 지고 있었네
(홍수희·시인)
+ 목련이 질 때
양철 쪼가리 녹슬 듯
하나 둘 떨어지고
한 송이에 꽃잎 하나 남았을 때
보아라, 꽃이 저렇게 진다
-허리 구부러진 할아버지 담배를 피우다가 무슨 말엔 듯 활짝 웃는 그 얼굴처럼, 그 얼굴의 뿌리처럼
녹슬어서도 악착같이
매달려 있는
어제의 흰 목련
보아라, 진다는 게 저렇다
매달려 누구의 눈도 두려워하지 않고
하루라도 더 버팅기는
목련
나는 한번 활짝 피었으니
후회하지 않고 죽겠노라고
말할 수 없다
(이성이·시인)
+ 백목련
한순간에 꽃을 피우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퇴장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여운이 남아도 그때뿐
추억은 추억하는 사람들의 몫
추억하지 않아도 향기는 흐른다
이쯤이다 싶을 때의
결연한 포기는 굴욕이 아니다
절정의 화려함을 오래도록 발함으로
세상의 부러운 시선을
한순간에 외면해야 하는 결단
아아
주어지는 것조차 덜어내는 것
버릴 줄 아는 삶이 품격 있는 상징으로
한 송이 백 목련은 동살의 빛을 발하고
짧은 생을 하직(下直)하고 있다
(공석진·시인)
* 동살 : 새벽에 동틀 때 환히 비치는 햇살
+ 목련꽃이 지는 날에
색채의 절대 권력인 듯
눈부신 순수의 빛으로
세상의 한 모퉁이를
당당히 점령했던 목련꽃
한 잎 두 잎 떨어지며
봄날은 간다.
사랑하는 그대여
그대는 아는가
목련이 지면
한 계절이 사라질 뿐이지만
오!
당신이 내 곁을 떠난다면
나의 온 생애가
한순간에 무너지고 만다는 것을.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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