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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가 시 모음> 정연복의 '인생 찬가' 외
날짜
:
2015년 04월 09일 (목) 8:02:41 오전
조회
:
1312
<찬가 시 모음> 정연복의 '인생 찬가' 외
+ 인생 찬가
꽃 피고 새들이 노래하는
이 땅에 태어나는 것은 축복
일하고 사랑하고 미워도 하며
한세월 살아가는 것은 행복
슬프고 괴로운 일 모두 끝나는
죽음이 찾아오는 것도 크나큰 축복.
인생은 아름다워라
태어남도 삶도 죽음도 아름다워라.
+ 사랑의 찬가
당신 있는 세상에
내가 살아 있습니다
당신의 눈 속에서
나는 별을 보았습니다
그 별빛에 눈멀어
나는 행복합니다
더 이상은
할 말이 없습니다
+ 봄의 찬가
추운 겨울 너머 오는
봄이 참 좋다
긴긴 고통을 인내한 다음의
찬란한 기쁨 같다.
산에 들에
진달래 개나리 피면
겨우내 꽁꽁 닫혔던 가슴
사르르 열린다.
팝콘 같은 벚꽃이 만발하고
하얀 목련 폭탄이 연방 터지면
온 세상이 환히 밝고
순결해지기까지 하는 느낌이다.
무릇 생명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
삶이 힘들고 세상이 소란해도
희망 또한 무한대라는 걸
해마다 다시 한번
깨닫고 기억하게 해주는 봄.
+ 아가 찬가
너의 동그란 눈 들여다보면
생각이 동글동글 착해진다
너의 보드라운 뺨 어루만지면
마음이 새털같이 가벼워진다
세상은 참 아름답고
생명은 선하다는 믿음이 든다.
너를 품에 쏙 안으면
온갖 시름 사르르 녹는다
새싹같이 나무같이
쑥쑥 자라는 너를 바라보면
하루하루 살아 있음이 기쁘고
푸른 희망이 불끈 치솟는다.
너의 맑은 웃음소리 들으면
가슴속에 평화의 강물이 흐른다
흐르는 물같이
흐르는 구름같이
온갖 미움 말끔히 흘려보내고
오직 사랑 하나로 살고프다.
아가는
살아 있는 경전(經傳)
믿음의 뿌리
희망의 새순
사랑의 온실이다.
+ 꽃의 찬가
자연 그대로
아무런 꾸밈도 없는데
예쁘다
너무너무 예쁘다
세상 최고의 미녀들보다도
훨씬 더 예쁘다.
말없는데
한평생 말이 없는데
그윽하다
더없이 그윽하다.
피고 지는 꽃잎의 행간에서
가만가만 내비치는
꽃의 마음
꽃의 영혼.
+ 꽃의 찬가
꽃은 본래의 자기가 아닌
그 무엇이 되려고 안달하지 않는다
특별한 이름이 없고
작은 들꽃이라도
대대손손
저만의 모양과 빛깔과 향기를 지켜간다
꽃이 아름다운 이유다.
이 세상의 수많은 꽃들 중에
자살하는 꽃은 하나도 없다
사는 게 힘들다고 투정하지 않고
묵묵히 세월 견디며
비바람 눈보라 속에도
끝내 꽃을 피우고야 만다
꽃이 약하지 않은 이유다.
꽃은 외딴 곳에 홀로 필 줄도 알고
무더기로 어울려 필 줄도 안다
외로움을 겉으로 티내지 않고
한데 모여 요란을 떨지도 않으며
한세월 제자리에서
조용히 살아간다
꽃이 통이 크고 믿음직한 이유다.
꽃은 매양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지만
수정 같은 눈물 하나
제 몸에 가만히 담아두었다가
따스한 햇살 한줄기에
그 눈물 가벼이 씻을 줄도 안다
꽃이 인생의 스승인 이유다.
꽃은 한평생 말 한마디
뻥끗하지 않지만
피고 지고
또 다시 피는 삶으로
참 뜻깊은
무언(無言)의 말을 한다
꽃이 최고의 시인인 이유다.
+ 초록 찬가
너를 바라보면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
생활에 지쳤던 몸에
생기 돋는다
상했던 마음에
새 살이 돋아난다
슬픔의 그늘 옅어지고
삶의 기쁨 샘솟는다
미움은 사라지고
용서와 이해의 문이 열린다
너를 슬쩍 훔쳐보기만 해도
그렇다
참 신비하고
놀라운 일이 아닌가.
생명의 빛
희망과 사랑의 빛깔 하나로
온 세상
아픈 영혼을 낫게 하는
착하고 굳센 천사여
초록이여!
* 정연복(鄭然福) :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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