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사랑 시 모음> 정연복의 '부부' 외
+ 부부
나는 '너'가 아니고
너도 '나'가 아니다
너와 나는
서로 다른 별개의 존재
그 무엇으로도 우리는
하나로 겹쳐질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저만치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한곳을 바라보고 소망하며
늘 함께한다
하나의 철길을 만드는
두 개의 다정한 레일같이.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사랑의 행복의 열차
그 철길 위를
힘차게 달려간다.
+ 부부의 노래
홀로 서 있는 나무는
왠지 쓸쓸하다
혼자 있는 사람은
더욱 쓸쓸해 보인다.
가없는 우주
넓디넓은 이 세상에서
너와 나는
만나서 사랑하였다
남남이던 둘이 만나
다정한 하나가 되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때로 힘들고 고통이지만
네가 없으면
지금 나는 얼마나 외로울까.
인생살이 온갖
희로애락 같이하며
세월 속에 서로를 알아가고
조금씩 더 좋아지는
더없이 소중한 길벗이여
나의 사랑이여.
+ 행복한 부부
아내와 손잡고 길을 걸으며
먼길도 가깝게 느껴진다면
아내와 마주앉아 밥을 먹으며
밥맛이 꿀맛이라면
아내와 차 한잔을 마시며
도란도란 대화 꽃이 핀다면
아내의 맘속 기쁨과 슬픔을
어느 정도는 감지할 수 있다면
아내와 나란히 잠자리에 누워
하루의 고단함이 잊혀진다면
아내와 함께 나이 들어가면서
즐거운 추억이 하나 둘 쌓인다면
아내의 늙어 가는 모습도
변함없이 예쁘게 느껴진다면
두 사람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부부다.
+ 동행
세상에 아름다운 풍경
많고 많지만
서로의 어깨
비스듬히 기대고
아스라이 먼길
나란히 한 발 한 발
함께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면
참 예쁘다
두 송이 꽃이 걸어가는 것 같다.
어쩌면
사랑의 행복은 별것 아닌 것
좋은 날이나 궂은 날이나
같이 손잡고 걷는 것
이 다정한 동행의
기쁨을 아는 연인들과 부부들은
참 행복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 동무
코흘리개 어린 시절
동무는 얼마나 아름다웠나
하루종일 함께 뛰놀고 뒹굴며
꿈처럼 행복했던 날들
서로 눈길만 주고받아도
마음속 깊은 곳까지 다 알았네.
바람같이 흐르는 세월 따라
옛 동무들은 이제 추억이 되었지만
지금도 내 곁에는
참 좋은 동무 하나 있네.
세상 풍경은 많이 변하여도
한결같은 모습의 한 사람
한평생 나의 연인일뿐더러
인생 길의 둘도 없이 귀한 벗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마음 든든하기 그지없다네.
인생살이 온갖
희로애락 더불어 나누며
점점 더 친해지고 좋아지는
그 사람
나의 사랑이여
나의 아름다운 길벗이여.
+ 동행
둘이 함께 손잡고 걷는 걸
아내는 무척 행복해한다
내가 아무 말 없어도
그냥 같이만 걸어도 좋은가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아내는 얼마나 현명한가!
지금은 부부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다정히 걸을 수 있지만
더 이상 동행이 허락되지 않을
슬픔의 날이 머잖아 찾아올 것이다.
그러니 지상에서 함께 걷는다는 건
정말 중요하고 복된 일이다.
함께 걸으면 행복하다는
아내의 말을 명언으로 가슴에 새긴다.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