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기도 모음> 정호승의 '새벽기도' 외 + 새벽기도 이제는 홀로 밥을 먹지 않게 하소서 이제는 홀로 울지 않게 하소서 길이 끝나는 곳에 다시 길을 열어주시고 때로는 조그만 술집 희미한 등불 곁에서 추위에 떨게 하소서 밝음의 어둠과 깨끗함의 더러움과 배부름의 배고픔을 알게 하시고 아름다움의 추함과 희망의 절망과 기쁨의 슬픔을 알게 하시고 이제는 사랑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리어카를 끌고 스스로 밥이 되어 길을 기다리는 자의 새벽이 되게 하소서 (정호승·시인, 1950-) + 새벽 기도 살아가면서 눈물이 날 때마다 사랑의 의미를 더욱 더 새롭게 깨닫게 해 주시는 당신이여. 매일 매일의 기도 속에서 사랑의 신비를 체험하고 맛들이며 살고 있습니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얼마든지 세상과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웃을 깊이 사랑하는 것은 먼저 나를 용서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당신이 주신 믿음과 은총의 선물만 가지고서도 나는 얼마든지 가난한 부자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권태원 프란치스코·시인, 1950-) + 새벽 종소리 저 - 종소리 단 종소리로만 듣는 자 되지 않게 하소서 참뜻을 심장에 새겨 종소리 속의 말씀을 듣게 하소서 울려 퍼지는 소리 끝에 분명 나직하나 산같이 들릴 그분의 음성, 어두움을 깨우는 그 음성을 가슴에 투망질하게 하소서 눈부신 떨림으로 두근거리는 한 방울의 피까지 꿰뚫는 빛, 그 빛 속에 녹아 흐르는 영혼이 되게 하소서 살 속에 감춰진 검은 그림자와 아직도 꺾어지지 않는 무릎으로 비틀걸음 하는 발자국을 당신의 피 묻은 저 - 종소리에 씻게 하소서. (유소례·시인, 전북 남원 출생) + 새벽 기도·2 주여 당신 앞에 내가 오늘도 보리떡 한 덩이로 엎드렸나이다. 반짝이는 믿음의 눈을 가진 소년이 드린 요리된 물고기 그 한 마리로 엎드렸나이다. 나를 축사하사 당신 뜻대로 떼어 나누사 주린 저들을 배부르게 하소서. 모두를 배불리고도 몇 광주리쯤 남는 당신의 은혜를 베푸소서. 주여 당신을 닮고자 감히 내가 보리떡 물고기로 엎드렸나이다. (최진연·시인, 경북 예천 출생) + 새벽 촛불의 기도 타협하지 않게 하소서 용서하지 않게 하소서 비굴하지 않으며 비겁하지 않게 하소서 투쟁하며 끝내 승리하게 하소서 잠들지 않게 하소서 경계하게 하소서 침묵하지 않는 새벽 풍경으로 늘 깨어 있게 하소서 사랑하게 하소서 나 아닌 모든 것을 사랑하게 하소서 느끼게 하소서 침묵하는 모든 것들과 살아 숨쉬는 존재 이유를 알게 하소서 아파하게 하소서 아파하는 모든 것들을 위해 뜨거운 눈물 흘리게 하소서 타오르게 하소서 뜨겁게 타오르는 굳센 심지로 빈방 초아가 되게 하소서 무표정하게 하소서 가고 오는 모든 것들을 절반의 눈으로 바라보게 하소서 홀로 남겨 두소서 침묵을 깨뜨리는 혼돈을 먹어버린 생각 없는 바보로 머물게 하소서 아무것도 아님을 알게 하소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죽게 하소서 취하게 하소서 그것에 취해 죽게 하소서 죽어도, 시체는 아닌 것으로 하소서 (강효수·시인, 전북 남원 출생) + 새벽 기도 설레임으로 지새운 긴 밤. 안개 속에 잠겨 있는 하얀 새벽을 나섭니다. 살며시 문을 밀고 내려선 작은 뜰엔 젖은 이끼 풋풋한 흙내음 한줄기 바람에 실려 온 맑은 이슬방울에서 주님의 향기를 맡습니다. 고요가 흐르는 안개 숲을 지나 골목길 가로등 불빛만이 부서져 내리는 새벽길 주님은 어서 오라고 손짓하십니다. 주님 앞에 두 무릎 모으려 저, 총총걸음으로 달려갑니다. 주님, 지난 날, 가지고 있던 분노와 미움 그리고 갈등이 아직도 제게 남아 있습니다. 당신이 용서하신 것처럼 용서하게 하소서 당신이 사랑하신 것처럼 사랑하게 하소서 당신의 향기로움으로 향기롭게 하소서 눈부신 햇살 속에 가을이 풍성하게 익어가듯이 그리하여 이 아름다운 계절에 더욱 더 성숙함으로 기도의 열매를 맺게 하소서 엎드려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멘 (장정수·시인, 1951년 서울 출생) + 새벽 기도·1 혼미한 정신을 가다듬고 외로움을 뚫고 가는 사람이여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 작은 두 손 모을 수 있는 사람이여 모두가 절명한 시간 애타는 읊조림으로 기도하는 사람이여 자신의 영혼의 불씨를 태우며 또 다른 생명을 지피는 사람이여 무엇이 그토록 새벽을 이기는 힘을 주는가 무엇이 그토록 영혼을 태울 수 있는 힘을 주는가 새벽마다 작은 십자가 불빛 바라보며 싸늘히 식은 길을 뜨겁게 걸을 수 있는 사람이여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 오늘도 생명의 혼 불을 밝히는 사람이여 꺼져가는 한 생명을 살리는 사랑이여 자신을 온전히 태워 나를 살리신 어머니, 어머니여... 사랑이여, 사랑이여 (장시하·시인) + 새벽기도 들숨에 내가 죽고 날숨에 내가 살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진실하게 하소서. 날마다 날마다 갓 태어난 아이처럼 이 세상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게 하소서. 삶이 비록 괴롭고 견디기 힘들지라도 지상에서 가장 험한 자의 발 밑에 엎드려서도 수용(受容)의 눈물 흘리게 하소서 (김경환·시인) + 새벽에 기도 드리며 오, 주님! 아직은 어둠이 다 도망치지 못한 새벽입니다 간밤에 깊이 잠들었던 모든 것이 아직도 졸린 눈을 비비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단잠을 주시고 편히 쉬게 해주시니 오늘 하루도 상쾌한 기분으로 시작합니다 왠지 삶이 어설프고 나약하기만 하기에 주님을 더욱더 신뢰하고 의지하게 됩니다 오늘 하루도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만나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대하며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시기를 원합니다 이 지상에 나의 삶이 허락된 것만으로도 놀라운 축복이오니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주님을 온전히 사랑하며 살게 하소서 나에겐 하나님이 주신 특별한 구원의 은총이 있으니 자신 있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만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미소로 인사를 하며 남을 돕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싶습니다 오, 주님! 이 새벽에 주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주님이 보고 싶습니다 마음을 모아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작은 일에 짜증이나 투정을 부리지 않게 하시고 작은 일도 소중히 여기게 해주시기를 원합니다 풀잎 하나, 빗방울 하나, 구름 한 점도 주님의 손길이오니 주님의 인도하심을 받게 하소서 이 새벽에 기도함으로 나의 삶이 주님의 은혜로 충전되고 기쁨으로 충만해지니 오늘도 주님을 사랑하는 찬양을 부릅니다 날 기억해주시고 날 찾아오신 주님을 내 안에 모시고 내 생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살고자 합니다 (용혜원·목사 시인, 1952-)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