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기도 모음> 이성선의 '새해의 기도' 외 + 새해의 기도 새해엔 서두르지 않게 하소서 가장 맑은 눈동자로 당신 가슴에서 물을 긷게 하소서 기도하는 나무가 되어 새로운 몸짓의 새가 되어 높이 비상하며 영원을 노래하는 악기가 되게 하소서 새해엔, 아아 가장 고독한 길을 가게 하소서 당신이 별 사이로 흐르는 혜성으로 찬란히 뜨는 시간 나는 그 하늘 아래 아름다운 글을 쓰며 당신에게 바치는 시집을 준비하는 나날이게 하소서 (이성선·시인, 1941-2001) + 새해의 기도 소유하기보다 버리게 하시며 움켜쥐기보다 놓을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쇠사슬 무거워 하늘 날 수 없으니 탐욕의 굴레 벗은 내 영혼 단 한 번이라도 자유하게 하소서 악취로 썩어가는 옷들 벗어던지게 하시고 최초 에덴의 벌거벗음으로 복귀하게 하소서 굳이 걸쳐야 한다면 비바람 막을 수 있는 사랑의 옷 한 벌 그것으로 족하게 하소서 (손희락·시인, 대구 출생) + 새해 새 아침에 여태까지 당신을 사랑하지 않은 것이 오늘까지 당신을 부르지 못한 것이 부끄럽습니다 미안합니다 기뻐도 감사하지도 않고 슬퍼도 희망마저도 잊어버린 것을 후회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무리 걸어도 지치지 않는 아무리 뛰어도 흔들리지 않는 새해 새 아침에는 당신과 함께 먼길을 가고 싶습니다 높이 날아가는 희망이라는 새를 바라보면서 당신 안에서가 아니면 느끼지 못하는 당신 나무 십자가를 밤새 쳐다보면서 마음의 먼지, 마음의 욕심 다 버리고 세상과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사랑이신 당신 안에서 첫 눈, 첫 사랑, 첫 약속처럼 새해 새 아침의 기도는 너무도 맑고 향기로워서 당신께서 기억해 주시고 당신께서 은총과 축복으로 기도해 주십니다 (권태원·시인, 1950-) + 다시 새해의 기도 곤욕(困辱)과 아픔의 지난 한 해 그 나날들은 이제 다 지나가고 다시 새해 새날이 밝았다 동창(東窓)에 맑고 환한 저 햇살 함께 열려오는 이 해의 365일 지난밤에 서설(瑞雪) 수북히 내리어 미운 이 땅을 은혜처럼 깨끗이 덮어주듯 하나님, 이 해엘랑 미움이며 남을 업수히 여기는 못된 생각 교만한 마음 따위를 깡그리, 저 게네사렛의 돼지 사귀처럼 벼랑 밑으로 몰아내 떨어지게 하소서. 오직 사랑과 믿음 소망만을 간직하여 고달프나 우리 다시 걸어야할 길을 꿋꿋하게 천성(天城)을 향해 걸어가게 하소서. 이 해에는 정말정말 오직 사랑만이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가난한 마음만이 이 땅에 가득하게 하소서, 하여 서로 외로운 손과 손을 마주 꼭 잡고 이 한 해를 은혜 속에 더불어 굳건히 살아가게 하소서. 동구 밖 저 둔덕 겨울 미루나무에 언제 날아왔을까, 들까치 한 마리, 깟깟깟… 반가운 소식 전해오려나. 하그리 바라던 겨레의 소원, 이 해에는 정녕 이뤄지려나, 이 아침 밝아오는 맑은 햇살 가슴 뿌듯이 가득 안고 새해에 드리는 우리의 간절한 기도 꼭 이루어 주소서, 하나님 이루어 주소서 (박화목·시인, 1924-2005) + 새해 아침에 내게는 사랑만 남게 하소서 주고서 받을 셈은 잊게 하시고 더 주지 못한 아쉬움만 갖게 하소서 내게는 사랑만 남게 하소서 받고 싶은 한 마디는 잊게 하시고 주어야 할 한 마디만 내내 기억하게 하소서 내게는 사랑만 남게 하소서 창가에는 불빛 하나 걸어두게 하시고 문 두드리는 소리 행여 외면하지 않게 하소서 내게는 사랑만 남게 하소서 현란한 겉치레의 행적(行蹟)보다는 관심의 작은 몸짓 하나가 부디 기적의 시작임을 알게 하소서 내게는 사랑만 남게 하소서 격식이나 체면에는 덤덤하게 하시고 진실로 서야 할 자리를 분별하는 견고한 지혜를 허락하소서 내게는 사랑만 남게 하소서 일상(日常)의 소중함을 알게 하시고 오늘이 곧 영원으로 이어진 길 위에 놓여 있음을 알게 하소서 새해에는 사랑만 남게 하소서 사랑만이 삶의 이유가 되게 하시고 오직 사랑만이 내게는 하루의 목적이 되게 하소서 (홍수희·시인) + 새해의 노래 오, 하느님. 당신의 영광이 드러나기 위해서 새해가 밝았습니다. 날이 밝는 것도 큰 일이고 달이 밝는 것도 계절이 바뀌는 것도 큰 일이옵니다만 묵은해가 영원 속에 묻히고 빛나는 새해가 밝아오는 것이 더욱더 큰 일이옵니다. 오, 하느님. 오, 하느님. 당신은 이토록 무궁하십니다. 무궁하시므로 한결같으십니다. 이토록 어김이 없으면서도 이음새가 없으십니다. 당신이 베풀어주시는 것은 날도 밝고 크고 밤도 깊고 크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모두 크고 깊습니다만 당신의 사랑이 제일 깊고 크옵니다. 오, 하느님. 오, 하느님. 새해에는 오직 당신만이 우리의 뜻이 되게 해주옵소서. 갓난아기처럼 맑고 지순하고 가난한 그러한 마음으로 당신에게 무궁 찬미를 바칠 수 있게 해주옵소서. 그렇게 당신만을 찬미하고 찬미하다 이윽고 우리의 눈에 고일 이슬 같은 눈물에 하늘의 빛이 어리게 해주옵소서. 오, 하느님. (성찬경·시인, 1930-) + 새해 소망 새해가 되면 가슴 가득 소망을 품게 하소서 그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하며 열심히 땀 흘려 정진하게 하소서 결과에 상관없이 내가 노력한 만큼 감사하게 하시고 받은 것보다는 베푼 것을 먼저 생각하는 겸손을 갖게 하소서 높은 곳보다 낮은 곳을 볼 줄 아는 눈을 갖게 하시고 욕심을 버리고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지혜를 갖게 하소서 절망과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올지라도 원망하며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는 겸손한 가슴을 갖게 하시고 먼저 화해를 청하는 용서의 손도 갖게 하소서 사람이 사랑으로, 세상이 사랑으로 사랑으로 모든 어려움과 허물이 덮여지는 그 사랑을 내가 먼저 실천하고 가질 수 있도록 하여 주소서. 축복은 간절히 바라는 자에게 먼저 당도한다는 믿음으로 늘 준비하는 내가 되게 하소서 (박소향·시인) + 새해기도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바위 하나 품게 하소서, 모진 세파 몰아쳐도 굴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다소곳이 살게 하소서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다순 눈 뜨게 하소서, 그릇된 편견 떨쳐 버리고 속내 읽고 다독여 살게 하소서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호수로 채워 주소서, 굴욕과 가위눌림 안으로 삭여 화평과 평안 안고 살게 하소서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촛불 하나 켜게 하소서, 질투와 외면의 빗장 살라버리고 축복을 기도하며 살게 하소서 밝아오는 새해에는 마음속 등불 하나 밝혀 주소서, 음울의 터널 허위허위 뚫고 광명과 진리 좇아 살게 하소서. (강대실·시인, 1950-) + 새해의 기도 새해에는 모두 빛나게 하소서 저마다의 소망을 이루어 별처럼 반짝이게 하소서 새해에는 고아한 향기에 취하게 하소서 비우고 여미고 아래로 임해 절로 스며들게 하소서 새해에는 도도한 강물이 되게 하소서 거침없이 그러안고 흘러 한 가닥이 되게 하소서 새해엔 누구나 사랑에 몸 달게 하소서 평생을 두고두고 반추하면서 아련히 떠다니게 하소서 (임영준·시인, 부산 출생) + 새해의 기도 사랑하는 하느님 아버지 . 지난해의 모든 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해를 시작합니다. 당신의 끊임없는 사랑에 감사하며 지난날을 보낼 수 있는 힘을 주셨음을 감사합니다. 지난 한해 동안 당신을 실망시킨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할 때 부끄럽습니다. 당신을 즐겁게 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도 행하였으며 당신을 즐겁게 하는 것을 알고도 행치 못했습니다. 저는 지난해에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했으며 여러 기회를 놓치고 살아왔습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나로 당신의 뜻 안에서 살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새해를 함께 맞이한 이 때에 당신은 온 세계에 있는 당신의 백성에게 함께 계시옵소서. 그리고 새해로 평화의 해가 되게 하소서. 새해는 우리가 좀더 성숙해지는 한 해가 되게 하시고 친선의 해, 신임과 관용의 해가 되게 하소서. 나의 생명을 당신과 당신의 천국을 위해 가치 있게 만드는 방법을 발견토록 도와주소서. (Haroid & Dorothy) + 새해를 여는 기도 받은 상처는 예리한 매스가 되어 가슴을 후벼팠고 준 상처는 아둔하여 두루뭉실 기억이 없었습니다. 나 잘난 멋에 살아온 빈 껍데기였고 나의 관점이 진리라 고집했습니다. 남이 나를 칭찬할 때 그것이 나의 전부라 착각했고 남의 허물을 덮어줄 내 안에 여백이 없었습니다. 나 가진 것 너무 많아 교만했고 나 받은 것 너무 많아 감사할 줄 몰랐습니다. 남을 미워한 것 때문에 내가 더 미웠고 내 것이라 아등바등 할 때 가난해짐을 배웠습니다. 나를 부인할 때 내가 누구인지 보았고. 내가 죽어야 산다는 것 알았습니다. 남을 인정할 때 부유하다는 것 알았고. 남이 존재할 때 내가 있음을 아는 지혜를 가졌습니다. 남이 아파할 때 어미의 가슴으로 눈물 품게 하시고 남이 쓰러질 때 일으켜 세우는 아비의 굳센 팔뚝 되게 하소서. 미움, 시기, 질투에서 까마득히 도망치게 하시고 서로 모자란 것 채우고 느슨한 바보가 되어 구겨진 세상 피게 하소서. (오정혜·시인) + 새해 아침의 비나리 새해 새 날이 밝았습니다, 아버지 해마다 주시는 새 날이 온 땅에 밝았습니다 올해에는 하늘을 기르게 해주십시오 우리 몸 속에 심어 주신 하늘 싹 고이 길러 마침내 하늘 만큼 자라나 사람이 곧 하늘임을 스스로 알게 해주시고 칼의 힘을 믿는 이들에게는 칼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알게 해주시고 돈의 힘을 의지하는 이들에게는 돈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알게 해주시고 부끄러운 성공보다 오히려 떳떳한 실패를 거두게 하시고 유명한 사람이 되기 전에 먼저 참된 사람이 되게 하시고 착한 일 하다가 지친 이들에게는 마르지 않는 샘을 가슴 깊이 파주시고 마음이 깨끗해서 슬픈 이들에게는 다함없는 흐르는 맑은 노래 들려 주시고 세상이 어둡다고 말하기 전에 작은 촛불, 촛불 하나 밝히게 하시고 솟아오른 봉우리를 부러워하기 전에 솟아오른 봉우리를 솟아오르게 하는 골짜기, 깊은 골짜기를 보게 하시고 밤하늘 별들을 우러르기 전에 총총한 별과 별 사이 가뭇없는 저 어둠, 어둠을 보게 하시고 아름다운 꽃 나비 벌 희롱하기 전에 뿌리에서 가지로 가지에서 잎으로 숨어 흐르는 수액(樹液)을 보게 하시고 쓰러지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대신에 길 떠나지 않는 것을 부끄러워하게 하시고 올해에는 하늘을 품게 해주십시오 가슴마다 작은 가슴마다 우주만큼 큰 하늘을 품고 한 발 두 발 세 발 후회 없는 날을 걸어가게 해주십시오 새해 새 날이 밝았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하늘 싹 마침내 온누리 움텄습니다 (이현주·목사) + 작은 기도 보이지 않는 생의 중심에 깊은 뿌리 하나 있어 굳은 심지 하나 품어 지금은 한겨울 아무런 볼품없어도 안달하지 않고 평화롭고 잔잔한 모습의 나목(裸木)의 그 너른 마음 올 한 해 나의 마음 되게 하소서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