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시 모음> 김사인의 '조용한 일' 외 + 조용한 일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 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김사인·시인, 1956-) + 고맙다, 고맙다, 다 고맙다 세상을 산다는 게 문득 외로워져 집을 나와 겨울거리를 걸어보니 차가운 바람에 한기를 느끼며 그 동안 나의 몸을 따스하게 감싸주던 두터운 외투에게 고맙고, 외투가 없으면 춥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내 몸에게도 고맙다 사랑에 실패한 후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사랑의 소중함을 알게 해 준 이별에게도 고맙고, 쓰린 이별 덕분에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내 머리 위에서 무너지지 않고 든든하게 서 있는 푸른 하늘에게도 고맙다 푸른 하늘을 바라보다가 문득 흐려져, 비가 내릴 것 같은 하늘을 느끼며 인생을 산다는 건 행복하다가도, 문득 흐려질 수도 있다는 것을 몸소 알려준 하늘에게 다시 또 고맙고 그걸 느낄 수 있게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주신 하나님께도 감사한다 고맙다 고맙다 다 고맙다 이 세상은 고마운 것 투성이다. (김종원·시인, 1949-) + 은혜로운 세상 앞은 못 보는 장님을 보면서 내 두 눈의 밝음을 늦게야 본다 소리를 못 듣는 귀머거리를 보면서 내 두 귀의 총명함을 비로소 듣는다 다리를 잃은 불구의 장애자를 보면서 두 다리의 고마움을 아프게 느낀다 비록 가진 것 많지 않아도 산천초목에, 가족이며 이웃들 주신 은혜가 얼마나 넘치는가를 이순의 문턱에서야 뒤늦게 깨닫는다. (임보·시인, 1940-) + 복된 일 이 얼마나 복된 일인가 꽃에는 이슬이 있고 내 눈에는 눈물 있음이 하늘에는 별이 있고 땅에는 꽃이 있으니 이 어찌 아니 기쁘랴 무엇을 근심하랴 위에는 바라볼 파란 하늘이 있고 아래는 든든히 설 굳센 땅이 있고 하늘에는 하나님이 살아 계시고 땅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이 어찌 아니 평안하랴 눈을 뜨면 산과 들, 새와 나무, 풀과 바람 서로 만나 노래하고 내 곁에는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 있고 내 가슴에는 사랑이 있으니 이 어찌 아니 감사하랴 (김소엽·시인, 1944-) + 감사로 채워라 감사는 풍성한 생명을 여는 열쇠이다. 감사는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충분히, 아니 더 많이 느끼게 한다. 부정을 수용으로 바꾸고, 혼돈을 질서로, 혼란을 명쾌함으로 돌려세운다. 한 끼 식사를 풍족한 잔치로, 평범한 집을 오순도순 정이 흐르는 가정으로, 나그네를 친구로 바꾼다. (멜로디 비티) + 오관(五官)으로 인하여 감사 아직까지도 미련하고 어리석은 채로 눈으로 볼 수 있게 하시고 귀로 들을 수 있게 하시고 코로 냄새를 맡을 수 있게 하시고 혀로 맛을 알 수 있게 하시며 피부로 닿아서 느낄 수 있게 하신, 그리하므로 깨달을 수 있는 지혜까지 허락하신 절대자 창조주께 거듭거듭 감사하며 산다 (오정방·재미 시인. 1941-) + 미안합니다 아침에 나와 하루 일할 곳 있어 두 발로 혼자 걸어 나올 수 있어 그렇지 못한 이에게 미안합니다. 소리 내어 웃을 수 있어 밥을 내 손으로 먹을 수 있어 그렇지 못한 이에게 미안합니다. 남 이야기 듣고 내 이야기 줄 수 있어 어디든 보며 갈 수 있어 그렇지 못한 이에게 미안합니다. 들어 살 수 있는 허름한 집 한 채 있어 그 안에 의지하며 사는 가족이 있어 그렇지 못한 이에게 진정 미안합니다 (조남명·시인, 충남 부여 출생) + 감사제(感謝祭) 온 들판의 누런 벼들이 감사제를 지내고 있었다. 새파란 하늘과 아직도 뜨겁고 눈부신 태양 흰 구름도 두엇 내려다보고 산들은 울긋불긋 병풍을 두른 듯 여기저기 고개 쳐든 피들도 보이는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배경으로 벼들은 머리 숙여 절하고 있었다. 충만한 감사의 무게로 보는 이의 머리도 수그러지게 하며 애무하듯 스치는 바람결에 벼들은 때때로 우리가 잊었던 어깨춤도 추었다. 달빛 별빛과 폭염의 햇살 폭우와 천둥 번개 이슬방울도 조금씩 알알이 스며 영근 낟알들의 무게, 뭇 병사들의 열병보다 장엄하고 한결같이 경건한 묵상(默想)의 기도 모습 일찍이 가뭇한 하늘을 쳐다보고 키 작은 저를 본 겸허의 표현이리. 뻣뻣이 고개 쳐든 피를 뽑으며 한 농부가 부지런히 입을 다문 채 성경의 가라지 비유를 설교하고 있었다. (최진연·시인, 경북 예천 출생) +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 나에게 주어진 하루가 있음을 감사하렵니다 밥과 몇 가지 반찬 풍성한 식탁은 아니어도, 오늘 내가 허기를 달랠 수 있는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음을 감사하렵니다 누군가 나에게 경우에 맞지 않게 행동할지라도 그 사람으로 인하여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음을 감사하렵니다 태양의 따스한 손길을 감사하고, 바람의 싱그러운 속삭임을 감사하고, 나의 마음을 풀어 한 편의 詩를 쓸 수 있음을 또한 감사하렵니다 오늘 하루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겠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 태어났음을 커다란 축복으로 여기고, 가느다란 별빛 하나 소소한 빗방울 하나에서도 눈물겨운 감동과 환희를 느낄 수 있는 맑은 영혼의 내가 되어야겠습니다. (장세희·시인) + 감사는 영혼의 보약 감사는 영혼의 보약이다. 감사는 병든 자를 소생시키고 감사는 가난한 자를 부하게 만들며 감사는 절망조차도 희망으로 바꾼다. 감사는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며 감사는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께 더욱 가까이 나아가게 한다. 우리가 감사할 때 불평과 원망과 비난의 말들은 우리의 입술에서 떠나가게 될 것이다. 우리가 감사할 때 우리의 영혼은 참된 평안을 얻으리라. 그러므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건강할 때나 병들었을 때나 부할 때나 가난할 때나 항상 감사할 것. 그리하면 하나님의 충만하신 은혜가 임하리라. (이정화·시인, 1952-) + 기도한 대로는 아니지만 내가 기도한 대로는 아니지만 지금의 내 모습에 만족합니다 정말 멋있고 예쁜 모습의 나이기를 바랐지만 만약 그렇게 되었으면 나는 지금보다 더 교만하고 외모에 치중하여 겸손과 소박함의 아름다운 삶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내 모습에 감사할 뿐입니다 내가 기도한 대로는 아니지만 지금 우리집의 모든 것에 만족합니다 더 잘 살고 여유 있는 가족이기를 바랐지만 만약 그렇게 되었으면 지금 우리 가족은 화목과 사랑을 누리지 못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우리 가족 이대로 감사할 뿐입니다 내가 기도한 대로는 아니지만 지금 나의 직장생활에 만족합니다 환경이 더 좋고 보수가 높은 직장이기를 바랐지만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나는 노동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모른 채 안일에 젖어 나태해져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직장생활에 감사할 뿐입니다 내가 기도한 대로는 아니지만 지금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에 만족합니다 더 쉽고 빠른 길로 가게 되기를 바랐지만 만약 그렇게 되었으면 지금의 소중한 것을 보지 못한 채 외롭고 지친 몸으로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 걷고 있는 나의 길에 대하여 감사할 뿐입니다 내가 기도한 대로는 아니지만 지금 내가 소유한 물질에 만족합니다 더 많은 물질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랐지만 만약에 그렇게 되었다면 나는 마음의 아름다움보다 물질의 풍요가 더 귀한 줄 알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만큼의 내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정용철·시인) + 마음에 대한 보고서·3 - 감사에 대하여 범사에 감사하라... 데살로니가 전서 5장 18절 말씀. 이것은 자기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많이들 좋아한다. 범사에 감사하게 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편안하면 남들보다 오래 사는 걸 알기 때문이다. 마음을 편하게 잡수시지요, 라고 말하는 의사 선생님들. 의사 선생님들이 누구신가. 한마디로, 감사하면 좋은 것이다. 감사하지 않으면 안 좋다. 일찍 죽을 수 있으니 손해만 본다. 원수도 사랑하면 좋다. 원수보다 오래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박찬일·시인) + 범사에 감사하라 도토리묵을 먹을 때마다 참나무를 위해 묵념하라. 도토리 몇 알을 떨어트리기 위해 가혹하게 참나무를 두들겨 팬 치사한 인간들을 용서하라고 마음으로부터 진실로 회개하며 젓가락을 들어라. 그대로 놔두면 제 스스로 떨어질 도토리를 그냥 두지 못하고 함머나 돌덩이로 마구 두들겨 패는 매정한 인간들아. 묵묵히 고통을 참으며 두들겨 패는 만큼 날 도토리를 떨구어 주는 참나무를 기억하라 식탁에 올라온 도토리묵을 먹을 때마다 잠시 젓갈질을 멈추고 잠시 참나무를 위해 묵념하라 그 나무 밑동의 흉측한 상처를 기억하라. 도토리묵을 먹을 때마다 다람쥐와 청설모에게 감사하라. 그들의 겨울식량을 쌔벼다 먹는 치사한 인간을 용서하라. 凡事에 감사하라. (김용범·시인. 1954-)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