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 예순 다섯 날 동안
사랑의 키는 얼마나 자랐는지
믿음의 뿌리는 얼마만큼 깊어졌는지
소망의 탑은 얼마쯤 높아졌는지
조용히 살펴보게 하소서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과 격려를 보내준
많은 이들에게 감사하게 하소서
잠시라도 미운 마음을 품었던 이들에게
진심 어린 사죄의 말을 전하게 하소서
(정연복·시인, 1957-)
+ 주님 제게 올 한해는
주님,
돌아보면 제 한해는 부끄러움과 회한투성이였습니다.
가족들에게, 이웃에게 따뜻함을 전해 주기보다
더 많은 아픔과 상처를 안겨 주었습니다.
이불을 개키듯 그 구겨진 기억들을 접어 버리고 싶지만
모든 것이 그렇게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압니다.
하지만 주님,
언제나 힘내라 다독이시는 당신이 계시기에
새로운 맘으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이 한해를 보내는 마지막 시간
파편처럼 흩어진 삶의 조각들을 모아 조각보를 만들겠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그랬듯이
그리하여 당신이 차리신 식탁 위에 다소곳이 덮어두고
이제 돌아올 가족들과 이웃을 기다리겠습니다.
(작자 미상)
+ 한해를 보내면서 올리는 기도
마지막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아쉬운 시간
저 멀리 지나가 버린 기억 차곡차곡 쌓아
튼튼한 나이테를 만들게 하십시오
한해를 보내며 후회가 더 많이 있을 테지만
우리는 다가올 시간이 희망으로 있기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하십시오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감사 안부를 띄우는 기도를 하게 하십시오
욕심을 채우려 발버둥쳤던 지나온 시간을
반성하며 잘못을 아는 시간이
너무 늦어 아픔이지만 아직 늦지 않았음을
기억하게 하십시오
작은 것에 행복할 줄 아는 우리 가슴마다
웃음 가득하게 하시고 허황한 꿈을 접어
겸허한 우리가 되게 하십시오
맑은 눈을 가지고 새해에 세운 계획을
헛되게 보내지 않게 하시고 우리 모두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모두가 원하는 그런 복을 가슴마다
가득 차게 하시고 빛나는 눈으로
밝은 세상으로 걷게 하십시오
(작자 미상)
+ 저무는 이 한 해에도
노을빛으로 저물어 가는 이 한 해에도
제가 아직 살아서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할 수 있음을
사랑하고, 기도하고, 감사할 수 있음을
들녘의 볏단처럼 엎디어 감사드립니다
날마다 새로이 태양이 떠오르듯
오늘은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제 마음의 하늘에 환히 떠오르시는 주님
12월만 남아 있는 한 장의 달력에서
나뭇잎처럼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시간의 소리들은 쓸쓸하면서도
그립고 애틋한 여운을 남깁니다
아쉬움과 후회의 눈물 속에
초조하고 불안하게 서성이기보다는
소중한 옛친구를 대하듯
담담하고 평화로운 미소로
떠나는 한 해와 악수하고 싶습니다
색동설빔처럼 곱고 화려했던
새해 첫날의 다짐과 결심들이
많은 부분 퇴색해 버렸음을 인정하며
부끄러운 제 모습을 돌아봅니다
청정한 삶을 지향하는 구도자이면서도
제 마음을 갈고 닦는 일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허영과 교만과 욕심의 때가 낀
제 마음의 창문은 게을리 닦으면서
다른 이의 창문이 더럽다고 비난하며
가까이 가길 꺼려한 위선자였습니다
처음에 지녔던 진리에 대한 갈망과
사랑에 대한 열망은
기도의 밑거름이 부족해
타오르지 못한 적이 많았습니다
침묵의 어둠 속에서
빛의 언어를 끌어내시는 생명의 주님
지난 한 해 동안 당신이 선물로 주신
가족, 친지, 이웃들에게
밝고 부드러운 생명의 말보다는
칙칙하고 거친 죽음의 말을
더 많이 건네고도
제때에 용서를 청하기보다
변명하는 일에 더욱 바빴습니다
제가 말을 할 때마다, 주님
제 안에 고요히 머무시어
해야 할 말과 안 해야 할 말을
분별하는 지혜를 주시고
남에 관한 쓸데없는 말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하소서
참된 사랑만이
세상과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음을
당신의 삶 자체로 보여 주신 주님
제 일상의 강기슭에
눈만 뜨면 조약돌처럼 널려 있는
사랑과 봉사의 기회들을 지나쳐 간
저의 나태함과 무관심을 용서하십시오
절절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암울한 시대" 탓을 남에게만 돌리고
자신을 의인인 양 착각한
저의 오만함을 용서하십시오
전적으로 투신하는 행동적인 사랑보다
앞뒤로 재어보는 관념적인 사랑에 빠져
상처받는 모험을 두려워했습니다
사랑하는 방법도 극히 선택적이며
편협한 옹졸함을 버리지 못한 채로
보편적인 인류애를
잘도 부르짖었습니다
여기에 다 나열하지 못한
저의 숨은 죄와 잘못들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당신과 이웃으로부터 받은 은혜는
또 얼마나 많습니까?
제 작은 머리로는 다 헤아릴 수 없고
제 작은 그릇엔 다 담을 수 없는
무한대이며 무한량의 신이신 주님
한 해 동안 걸어온 순례의 길 위에서
동행자가 되어 준 제 이웃들을 기억하며
사랑의 고마움과 삶의 아름다움을
처음인 듯 새롭히는
소나무빛 송년이 되게 하소서
저무는 이 한 해에도
솔잎처럼 푸르고 향기로운 희망 노래가
제 마음 깊은 곳에서 흘러나와
희망의 새해로 이어지게 하소서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제야의 참회 - 2007년을 보내며
이제 한 해를 마감하는 제야의 시간이 가까워 옵니다
돌이켜보니 이 한 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잘못과 게으름으로 가득한 시간이었음을
크게 뉘우치며 참회합니다.
책을 읽기보다는 신문이나 텔레비전에 시선을 더 많이 빼앗겼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내 말 들어주기를 더 바랬습니다.
마음에 이로운 쓴 충고와
몸에 이로운 힘든 단련은 멀리 하고
달콤한 말과 혀에 단 음식만을 찾아 헛되이 헤맸습니다.
자신에겐 관대하면서 남에게는 엄격했고
사랑과 이해보다는 증오와 질시로 남들을 괴롭혔습니다.
남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격려보다는 오히려 방관했고
남들이 잘못을 저지를 때 연민보다는 자신의 교만만 키웠습니다.
그릇된 세상일들을 만났을 때 질정하려는 용기를 갖지 못하고
술과 욕설로 방탕하며 소중한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그리고
명상과 창의의 시간으로 자신을 다스리는 대신
분노와 불평으로 마음의 평정을 잃었습니다.
아, 나로 하여 상처를 입은 이웃들이여!
비옵나니 용서하소서,
아름다운 이 세상을 보여주신 이여!
오는 새해에는 참회를 줄일 수 있도록
이 무력한 생명에게
지혜와 용기를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임보·시인, 1940-)
+ 12월의 기도
마지막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아쉬운 시간
저 멀리 지나가 버린 기억 차곡차곡 쌓아
튼튼한 나이테를 만들게 하십시오
한해를 보내며 후회가 더 많이 있을 테지만
우리는 다가올 시간이 희망으로 있기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하십시오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감사 안부를 띄우는 기도를 하게 하십시오
욕심을 채우려 발버둥쳤던 지나온 시간을 반성하며
잘못을 아는 시간이 너무 늦어 아픔이지만
아직 늦지 않았음을 기억하게 하십시오
작은 것에 행복할 줄 아는 우리 가슴마다 웃음 가득하게 하시고
허황한 꿈을 접어 겸허한 우리가 되게 하십시오
맑은 눈을 가지고
새해에 세운 계획을 헛되게 보내지 않게 하시고
우리 모두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모두가 원하는 그런 복을 가슴마다 가득 차게 하시고
빛나는 눈으로 밝은 세상으로 걷게 하십시오
(윤영초·시인)
+ 12월의 기도
올 한해도 저물어 갑니다
가는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다가오는 해의 설레임이 교차되는 시간
잘못된 삶은 반성하게 하소서
마음에서 욕심을 덜어내면
삶은 가벼워져야 하지만
인생에 나이 한 살을 더하니
그리 손해도 남는 것도 없는 생입니다
어제의 삶이 후회였다면
오늘은 더더욱 열심히 살게 하시어
내일엔 축복된 생으로 남게 하소서
언제나 아름다운 사람이 되길 원합니다
어제의 사랑에 불만족하였다면
오늘은 제가 더욱 사랑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모두다 행복하는 그 날까지
오직 그 삶을 진실되게 하소서
올해는 덧없이 보내지만
새해에는 희망의 불꽃으로
어둠을 밝히는 빛을 주소서
저도 누군가의 등불이 되길 원합니다
(김사랑·시인, 1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