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의 교감 시 모음> 척 로퍼의 '자연이 들려주는 말' 외 + 자연이 들려주는 말 나무가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우뚝 서서 세상에 몸을 내맡겨라. 관용하고 굽힐 줄 알아라. 하늘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마음을 열어라. 경계와 담장을 허물어라. 그리고 날아올라라. 태양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다른 이들을 돌보아라. 너의 따뜻함을 다른 사람이 느끼도록 하라. 냇물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느긋하게 흐름을 따르라. 쉬지 말고 움직여라. 머뭇거리거나 두려워 말라. 작은 풀들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겸손하라. 단순하라. 작은 것들의 아름다움을 존중하라. (척 로퍼·미국 시인, 1948-) + 아름다운 생각 우리 모두를 지으신 창조주시여, 제가 기본적인 동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주님의 피조물들과 그런 조화를 이루는 것이 가능합니까? 얼마나 아름다운 생각인지요! (버나드 뱅글리) + 너는 꽃이다·2 나는 오늘 아침 울었습니다 세상이 너무 눈부시어 울었습니다 어디서 날아왔을까 아파트 10층 시멘트벽 물통 사이 조막손을 비틀고 붉게 온몸을 물들인 채송화 하나 그래도 나는 살아 있다 눈물인 듯 매달려 피었습니다 무릎을 꿇는 햇살 하나 그를 껴안은 채 어깨를 떨고 있었습니다 (이도윤·시인, 1957-) + 산꽃 이야기 식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가령 산딸기가 하는 말이나 노각나무가 꽃 피우며 속삭이는 하얀 말들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톱 한 자루 손에 들고 숲길 가는 동안 떨고 있는 나무들 마음 헤아릴 수 있다면 꿈틀거리며 흙 속을 사는 지렁이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면 이제는 사라져 찾을 길 없는 늑대의 눈 속으로 벅차오른 산을 다시 볼 수 있다면 너로부터 닫혀 있는 나와 나로부터 닫혀 있는 너의 그 많은 창문들 하나하나 열어 볼 수 있다면 휘영청 달뜨는 밤 산꽃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만 있다면 (김재진·시인, 1955-) + 조용한 이웃 부엌에 서서 창 밖을 내다본다 높다랗게 난 작은 창 너머에 나무들이 살고 있다 나는 이따금 그들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본다 잘 보이지 않는다 까치집 세 개와 굴뚝 하나는 그들의 살림일까? 꽁지를 까딱거리는 까치 두 마리는? 그 나무들은 수수하게 사는 것 같다 잔가지들이 무수히 많고 본줄기도 가늘다 하늘은 그들의 부엌 지금의 식사는 얇게 저며서 차갑게 식힌 햇살이다 그리고 봄기운을 한두 방울 떨군 잔잔한 바람을 천천히 오래도록 삼키는 것이다 (황인숙·시인, 1958-) + 말 세상에 발언 아닌 것은 없다 말만 말이 아니라 침묵도 말이다 인간만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과 식물들도 끊임없이 말을 한다 지저귀는 새는 말할 것도 없고 보라, 잎이며 꽃이며 얼마나 열렬한 몸짓들로 말을 하는가 아니, 떠가는 구름, 구르지 않는 돌일지라도 말이 없다고 이르지 말라 다만 우리의 귀가 너무 둔해 그들의 소리를 들을 수 없을 뿐…. (임보·시인, 1940-) + 티벳의 어느 스님을 생각하며 영적인 삶을 사는 사람은 자신 속에 조용히 앉아 있어도 그의 영혼은 길가에 핀 풀꽃처럼 눈부시다 새는 세상을 날며 그 날개가 세상에 닿지 않는다 나비는 푸른 바다에서 일어나는 해처럼 맑은 얼굴로 아침 정원을 산책하며 작은 날개로 시간을 접었다 폈다 한다 모두가 잠든 밤중에 달 피리는 혼자 숲나무 위를 걸어간다 우리가 진정으로 산다는 것은 새처럼 가난하고 나비처럼 신성할 것 잎 떨어진 나무에 귀를 대는 조각달처럼 사랑으로 침묵할 것 그렇게 서로를 들을 것 (이성선·시인, 1941-2001) + 가만히 돌아가기 자연을 거스르면 몸이 운다 몸이 울면 마음도 아프다 아플 땐 멈추고 자연으로 돌아가기 거스르고 무리한 것들 내려놓고 비우기 힘들고 아플 땐 기본으로 돌아가기 새 힘이 차오르도록 그저 비워두고 기다리기 (박노해·시인, 1958-) + 바람이여 풀밭이여 풀밭이여 바라만 봐도 행복하다 그 위에 앉고 눕고 아, 행복하다 맑은 봄날 바람이 분다 하늘은 빛--심연 바람에 햇살이 날아간다 바람이여 햇살이여 풀밭이여 나는 뜬다 바람에 뜨고 풀밭에 뜨고 흙에 뜨고 자꾸 떠오른다 풀밭에 앉아 있으니 또한 어느덧 나는 심어지는구나 솔기도 없이 흙에 이어져 뿌리 내려 가지 뻗어 오랜 병후(病後)와도 같이 나는 회생한다 이 회복은 무엇인가 흙이여 바람이여 풀밭이여 (정현종·시인, 1939-) + 나무를 위한 예의 나무한테 찡그린 얼굴로 인사하지 마세요 나무한테 화낸 목소리로 말을 걸지 마세요 나무는 꾸중들을 일을 하나도 하지 않았답니다 나무는 화낼만한 일을 조금도 하지 않았답니다 나무네 가족의 가훈은 <정직과 실천>입니다 그리고 <기다림>이기도 합니다 봄이 되면 어김없이 싹을 내밀고 꽃을 피우고 또 열매 맺어 가을을 맞고 겨울이면 옷을 벗어버린 채 서서 봄을 기다릴 따름이지요 나무의 집은 하늘이고 땅이에요 그건 나무의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때부터의 기인 역사이지요 그 무엇도 욕심껏 가지는 일이 없고 모아두는 일도 없답니다 있는 것만큼 고마워하고 받은 만큼 덜어낼 줄 안답니다 나무한테 속상한 얼굴을 보여주지 마세요 나무한테 어두운 목소리로 투정하지 마세요 그건 나무한테 하는 예의가 아니랍니다 (나태주·시인, 1945-) + 기억하라 네가 태어난 하늘을 기억하라. 밤하늘의 별들, 그 각각의 이야기를 알라. 달을 기억하라. 그녀가 누구인지 알라. 새벽의 먼동을 기억하라. 그때가 하루 중 가장 신성한 시간임을 알라. 해가 서녘으로 지는 순간을 기억하라. 해가 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그 순간을 기억하라. 대지를 기억하라. 그 피부가 바로 너임을 기억하라. 붉은 흙, 검은 흙, 노란 흙, 흰 흙, 갈색의 흙 우리는 대지이며 흙이다. 식물들, 나무들, 그리고 동물들을 기억하라. 그들 또한 그들의 가족과 부족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 말을 걸어라. 그들은 살아 있는 시이다. 바람을 기억하라. 그녀의 목소리를 기억하라. 그녀는 이 우주의 기원을 알고 있다. 우주의 네 방향과 중심에서 부르는 춤의 노래를 너는 모든 사람들이며 모든 사람들이 너라는 것을 기억하라. 너는 이 우주이며 이 우주가 너라는 것을 기억하라. 움직이고 있는 모든 것이 바로 너라는 것을 기억하라. 언어가 그들로부터 온다는 것을 기억하라. 그 언어는 춤이며, 생명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조이 하르요·머스코기 크리크 족의 시인)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