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기도 모음> 김시태의 '크리스마스를 위하여' 외 + 크리스마스를 위하여 너무 많이 걸었습니다. 희미한 고향집과 어머니, 그 개구쟁이들, 그들을 도로 돌려주소서. 조그만 카드 속에 정성을 담던 그 소년들도 돌려주소서. 첫아이 보았을 때 기도 드리던 그 아빠와 엄마도 돌려주소서. 아이들과 손잡고 이야기하며 성당을 찾던 그 시절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한번 더 그 종소리 듣게 하시고 눈 내리는 아침을 걷게 하소서.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 주소서 (김시태·시인, 1940-) +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위한 사랑의 기도 성탄의 종소리 온 누리의 축복으로 울려 퍼질 때 미움과 미움은 용서의 강물로 흐르게 하시고 마음과 마음은 기쁨의 합창으로 메아리치게 하소서 하늘의 은총 지상의 눈꽃으로 피어날 때 욕심과 불만은 눈처럼 하얗게, 가볍게 하시고 행복과 행복이 감사의 꽃으로 찬란하게 하소서 평화의 메시지 온 누리의 숭고한 빛으로 은혜로울 때 스스로 비우고 낮아지는 겸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비로소 화합으로 하나 되는 세상 사랑과 사랑으로 가슴 벅찬 희망이게 하소서 (이채·시인) + 크리스마스의 기도 하루하루 소박한 꿈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뜨거운 은총보다는 안온한 내일을 열어주소서 아이들 모두에게 골고루 바라는 선물을 베풀어 평생을 행복한 산타클로스의 기억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홀로 지새는 청춘들에게 어울리는 사랑이 찾아들어 오색 빛 열정으로 찬란한 성탄의 밤이 되게 하소서 마지막으로 간절히 바라옵고 또 바라옵건대 외면당하고 버림받고 핍박받는 이들에게 한줄기 빛살이라도 내려 구원을 실현하여 주소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하소서 (임영준·시인, 부산 출생) + 크리스마스에 드리는 기도 올 크리스마스엔 창가에 촛불 하나 켜 놓으렵니다. 타는 촛불로, 밤새워 시간의 의미를 헤아려보며 메마른 가슴 외로운 눈물로 적시어 작은 소망의 기도를 드리렵니다. 용서하소서! 내가 가졌던 탐욕을.... 남에 대해 편협하며, 이기적이며 마땅히 해야할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태만함까지.... 다른 무엇보다 진실하지 못했음을.... 마음을 열고 새로운 눈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녹색의 작은 별 우리가 사는 아름다운 세계 이 땅에 사는 누구나 맑은 영혼과 따뜻한 가슴을 소유하게 하소서. 기아와 질병과 전쟁이 없는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세상.... 크리스마스에 오신 이의 마음처럼 녹아 내리는 이 촛불이 소망의 빛이 되어 우리 가슴을 채우게 하소서. (김의중·시인) + 성탄절의 기도 아기 예수님 찾아와 주소서 주님의 사랑이 필요한 이들에게 어느덧 어둔 그늘은 물러가고 사랑의 빛이 서서히 자리잡을 때 그 빛은 더욱 커져 주위까지 사랑으로 빛나도록 (작자 미상) + 성탄절 아침 기도 하늘의 임금님 별들 사이에서 내려와 추위로 얼어붙은 동굴 속에 오셨네. 추위로 얼어붙은 동굴 속에 오셨네. 오, 거룩한 아기여. 나 여기 떨며 당신 뵈옵나니 오 복되신 하느님, 날 사랑하심으로 얼마나 고통을 받으시는지. 날 사랑하심으로 얼마나 고통을 받으시는지. 두를 옷도 쪼일 불도 없는 나의 주님 세상의 창조주이신 당신 두를 옷도 쪼일 불도 없는 나의 주님 사랑스런 예수, 갓난아기여, 이 가난만큼 당신 나를 더 사랑하심은 사랑이 당신을 더 가난하게 한 때문에 사랑이 당신을 더 가난하게 한 때문에. (리구오리의 성 알폰소, 1696-1787) + 성탄 기도 세상 어둠 아무리 깊다 해도 마침내 별이 되어 오신 예수여 하늘과 땅을 잇는 존재 자체로 사랑의 시詩가 되신 아기여 살아 있는 우리 모두 더 이상 죄를 짓지 말고 맑은 마음으로 겸손하게 내려앉기를 서로 먼저 사랑하는 일에만 깨어 있기를 침묵으로 외치는 작은 예수여 세상일에 매여 당신을 잊었던 사람들도 오늘은 나직이 당신을 부릅니다 평화를 갈망하는 온 인류가 하나 되기 위해 진통 겪고 몸살 앓는 이 세상에 울면서 내려오신 평화 아기 기쁨 아기여 진정한 성탄 선물은 당신으로부터 받아서 우리가 이루고 나누어야 할 평화의 기쁨뿐임을 다시 알아듣게 하소서 당신 만난 기쁨으로 첫눈 내리듯 조용히 처음으로 속삭이게 하소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모든 이웃에게-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성탄 기도 그 옛날 첫 성탄절 깨어 별빛 바라보던 이들의 심정으로 기도합니다 그대 위하여 사랑을 위하여 간구하는 이유 하늘이 주신 고귀한 선물 그대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삶, 그대가 없었더라면 어둠 속 고독만 깊어 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인생길 슬픔의 골짜기 지나고 기쁨의 언덕에서 노래한 그대 있어 한낮에도 무지개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대 가슴속 축복의 눈 내리는 복된 성탄 되기를 두 손 모아 간구합니다 (손희락·시인, 대구 출생) + 성탄절에 올리는 기도 지치고 어둑한 영혼 만나면 가련한 그 영혼 위해 마음 씻고 내 기도를 드리겠습니다. 부족한 가슴 채워 추운 아가는 엄마가 되어 안고 지친 아가는 아빠가 되어 업고 종이로 등을 만들어 손에 들고 사방 눈 가린 안개를 헤치고 헤쳐 내 기도를 드리겠습니다. 어려운 세상살이로 가장 가난하게 빛을 가리는 지금의 삶이 너무나 아리지만 마르지 않는 눈물 속 하룻밤 잠자리로 찾아들면 아기 빛의 억만 햇살이 별로 뜨고 바람결에 흐르는 찬송 소리 여윈 강물 넘치고 넘쳐 끝내는 마음에 닿는 성탄절 내 기도를 드리겠습니다. 한번도 내 가슴에 안긴 적이 없는 어느 하늘에 뜬 동방의 별 내 가슴에 쏟아지면 십자가에 못 박힌 아픔 사랑으로 승화시키려 주를 깨우는 종소리 들으며 내 기도를 드리겠습니다. (이효녕·시인, 1943-) + 성탄절의 기도 주여 지난 날 헛되이 보낸 성탄절을 용서하시고 올해는 성탄의 의미를 바로 새기게 하소서. 왕궁이 아닌 누추한 말구유에 임하신 까닭을 알게 하소서. 가난한 목동의 인사를 먼저 받으신 의미를 깨닫게 하소서. 인류의 죄를 십자가로 보속하기 위해 가장 낮고 누추한 곳으로 오신 예수님 영광이 아닌 가난과 고통을 받으러 오신 예수님 저도 당신과 함께 낮은 곳으로 임하게 하소서. 헛된 욕망을 비우고 가난한 마음이 되어 아기 예수님 모실 정결한 말구유 하나 마련하게 하소서. 비움과 나눔과 겸허한 마음으로 기쁘게 아기 예수님을 맞이하게 하소서. 어려운 이웃 속에서 예수님을 만나게 하소서. 오소서 아기 예수님! 내 마음에 오소서. 간절히 비오니 예수님을 닮아가게 하소서. (진장춘·시인) + 거룩한 밤에 마음에 평화를 주십시오. 눈이 쌓이는 들판과 같이 숲 속과 같이 인류의 마음속에 오늘밤 끝없이 풍성한 평화를 누리게 하여 주십시오. 산다는 것이 아무리 어려운 시련과 고된 고역과 구속과 의무에 짓눌리는 가파른 고빗길이라 하더라도 종내 당신에게 영광을 돌리려는 사랑의 길임을 깨닫게 하여 주십시오. 실로 지난 발자취는 눈으로 덮이고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오직 진리의 말씀만은 세세토록 있게 됨을 믿게 하여 주십시오. 마음속에 소망이 싹트게 하여 주십시오. 지금 서서있는 자에게나 누워있는 자에게나 당신을 향하여 무릎을 꿇고 있는 자에게나 갇혀있는 자에게나 풀려있는 자에게나 심령에 환한 소망의 불이 밝혀지고 풍성한 평화를 누리게 하여 주십시오. 우리 겨레를 축복하여 주십시오. 가난과 후진성을 탈피하고 70년대의 꿈과 결의로 부푼 우리들 내일에의 전진을 위하여 발돋움하는 오늘밤의 안식과 평화 속에 새로운 샘물이 고이게 하여 주십시오. 지금 찬란하게 별자리가 널려있는 무궁한 조국의 산하 골짜기마다 단란과 평화가 깃들게 하여 주십시오. 국토의 기슭을 찰랑거리는 파도소리도 당신의 영광을 노래하게 하여 주십시오. 은총을 베풀어주십시오. 통일과 번영을 다짐하는 약동하는 조국 3천만의 겨레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작은 꿈은 작은 꿈대로 이루어지고 큰 꿈은 큰 꿈대로 성취되고 불이 밝혀진 창에도 꺼진 창에도 오늘밤의 거룩한 당신의 빛이 서려 하늘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여 주십시오. 참으로 믿음으로써 우리의 영혼을 깨끗하게 하고 거짓없이 형제를 사랑하고 이웃과 화목하고 거듭난 것이 썩지 않는 씨앗이 되어 지상에 평화 하늘에 영광을 돌리는 이 거룩한 밤을 사랑과 평화와 소망으로 경건하게 맞이하게 하여 주십시오. 정숙하게 맞이하게 하여 주십시오. (박목월·시인, 1916-1978) + 성탄 기도 오, 주님 주님의 길을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릅니다. 주님은 제게 타향에서 태어난 작고 무력한 아이로 오십니다. 주님은 저를 위해 자기 땅에 오시어 이방인으로 사십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 도시의 성벽 밖에서 범죄자로 죽으십니다. 자기 백성에게 거부당하시고 벗들에게 오해받으시고 하나님에게마저 버림받은 채로 말입니다. 주님의 탄생을 축하하면서도 저는 사랑받고 인정받으려 하고, 이 세상을 내 집 삼으려 하며, 저를 괴롭히는 그 자그마한 소외감에서 어떻게든지 벗어나려 합니다. 하지만 세상에서 느끼는 소속감보다 오히려 이따금씩 갖는, 집을 잃은 듯한 막막한 심정이 저를 주님께 더 가까워지게 하는 것임을 알게 하소서. 제가 주님의 탄생을 진정으로 축하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아늑한 내 집일까요? 낯선 타관일까요? 반겨 주는 친구들 틈일까요? 미지의 이방인들 틈에서일까요? 행복감 속에서일까요? 외로움 속에서일까요? 주님께 더 가깝게 다가가게 하는 그런 일에서 제 자신, 굳이 달아나지 않도록 이끄소서. 주님이 이 세상에 속한 분이 아닌 것처럼 저도 이 세상에 속한 자가 아니기에.... 그런 심정이 들 때마다 실은 감사의 기회요 주님을 더 꼭 끌어안고 주님의 기쁨과 평안을 더 온전히 맛볼 수 있는 기회임을 알게 하소서. 주 예수님, 오셔서 제 심령 가장 비참한 곳에 저와 함께 머무소서. 여기가 바로 주님의 구유가 있을 곳이요 주님께서 빛을 비춰 주실 곳임을 믿습니다. 주 예수님, 오소서, 오소서. 아멘. (헨리 나우웬·신부이며 작가, 1932-1996)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