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보입니다 / 정연복 나는 이것저것 따지기를 좋아합니다 옳고 그름을 쉽게 판단할 것 같은 자신도 있습니다. 가끔은 남의 마음까지도 훤히 들여다보는 듯합니다 저 사람은 마음이 밝아 저 사람은 마음이 흐려 저 사람은 마음이 순해 저 사람은 마음이 악해 내 나름의 잣대로 결론짓는 일도 서슴지 않습니다. 이렇게도 잘나고 사리를 분별할 줄 안다는 내가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오리무중일 때가 다반사입니다 어떤 게 나의 진심이고 내가 참으로 어떤 사람인지 아리송하고 깜깜할 때가 많습니다 내 마음 나도 모를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아무래도 나는 무척 바보인 모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