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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 모음> 정연복의 '꽃의 서시' 외

     날짜 : 2014년 11월 11일 (화) 10:20:46 오전     조회 : 1331      

<서시 모음> 정연복의 '꽃의 서시' 외

+ 꽃의 서시

어제는 피어 있던 꽃
오늘은 지고 없다

언젠가
그 어느 날에

어제는 세상에 있던 나
오늘은 가고 없겠지.

지상에 머무는 동안
꽃같이 살아야겠다.


+ 낙엽 서시

한줄기
바람이 불어

낙엽 한 장
가벼이 날리더니

고요히
땅에 떨어진다.

한철 살면서도
자연의 순리 따라

고분고분
순한 모습이더니

생의 끝마침도
참 조용하고 깨끗하다.

지상에 잠시
발붙여 사는 동안

나도 저렇게
순하게 살아가다가

군말 없이
총총 사라지리라.


+ 희망 서시

어둠 속에
별이 빛난다

하늘이 깜깜하니까
별이 반짝 빛난다

밝음 속에서는
보이지 않던 별빛이다.

이따금 나는
어둠 속에 갇힌다

어디로 발걸음을
옮겨야 할지 모르겠다

내 가슴속 희망의 별이여
이제 너의 빛을 비추어다오.  


+ 오늘을 위한 서시

오늘도 동터 온 하루
그것은 은총.

어둠을 사르는
밝은 햇살 빛나는 세상

높푸른 하늘 아래
꽃 피는 땅 위에

이렇게 나의 심장
힘있게 뛰고 있으니

오늘 하루를
내 생애 최후의 날처럼 살자.

어제까지의 괴로움과 슬픔
바람에 날려보내고

그냥 좋은 생각만 하면서
몸도 마음도 가볍게

오늘의 빛 속에
새로운 기쁨을 만들어 가자.


+ 사랑을 위한 서시

지상에서
짧은 한 생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사랑할 수는 없겠지만

내 주변의
단 몇 사람이라도

아무런 대가 바라지 않고
순수하게 사랑하리라

오직 그 사랑 하나를
삶의 참 기쁨으로 삼으리라.


+ 서시(序詩)

이 몸
흙으로 돌아갈 날
날로 가까이 있으니

'나'란 존재
까맣게 잊혀져도
아쉬움 하나 남지 않도록

앞으로 나는 더욱
낮아지고 낮아져야 하리

들꽃처럼
낙엽처럼.

이 몸 불길 속에
한 줌 재 될 날
그리 멀지 않았으니

활활 태우고 태워도
덜 아프도록

앞으로 나는 더욱
작아지고 작아져야 하리

티끌같이
먼지같이.

그 무엇 되고 싶다거나
그 무엇 하나쯤은 남기고 싶었던
욕망의 세월 지나

이제 나는 그저
내 본향으로 돌아가야 하리

바람 되어
구름 되어.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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