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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시 모음> 정연복의 '자연에 살다' 외
날짜
:
2014년 11월 06일 (목) 0:53:27 오전
조회
:
1330
<자연 시 모음> 정연복의 '자연에 살다' 외
+ 자연에 살다
흙에서 왔다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사람은 누구라도
큰 자연의 일부인 것.
하늘 아래
땅 위를 걸으며
맑은 공기도 거저
얻어 숨쉬고
햇빛 달빛 별빛 쬐고
눈비 맞고 이슬에도 젖으며
바람소리 새소리
풀벌레소리 파도소리 듣고
산이나 들판의 너른 품속에 들고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쉬며
그뿐이랴 철 따라 꽃구경
단풍구경도 하면서
폭풍우 뒤의 무지개를 바라보며
고단한 삶의 위안도 얻고
지는 꽃 떨어지는 낙엽에
슬며시 눈물 한 방울도 훔치며
한 그루 나무처럼
자라나고 또 늙어가면서
한세월 구름 흐르듯 살다가
한 점 노을로 지는 거지
고분고분
자연의 품에 안기는 거지.
+ 자연의 말
생을 따분해하지 말아요
인생은 참 짧아요.
-하루살이
살아 있음이 희망이지요
눌 푸른 희망을 품고 살아요.
-초록 이파리
남들이 몰라줘도 서운해 말아요
당신은 당신 모습 그대로 아름다워요.
-들꽃
눈물이 마르지 않도록 해요
맑은 눈물은 생명을 싱싱하게 해요.
-이슬방울
나는 그냥 가만히 있어요
그런데도 좋은 일을 많이 해요.
-하늘
생각은 깊게 마음은 넓게 해요
그러면 거센 파도도 담을 수 있어요.
-바다
뜨겁게 살고 뜨겁게 사랑해요
그리고 미련 없이 떠나요.
-노을.
+ 자연의 말
산은 말이 없다
천년 만년 한마디 말없다
강물은 흐른다
말없이 유유히 흘러간다
하늘에 흰 구름 떠간다
그냥 고요히 떠간다
꽃은 피고 진다
철 따라 조용히 피고 진다.
이렇게 자연은
아무런 말이 없는데
사람같이
수다 떠는 법이 없는데
가만히 귀기울이면
자연이 속삭이는 말이 들려온다.
+ 자연과 사람
꽃이 철 따라
피고 지듯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것도
자연의 일이다.
자연의 이치에 순종하면
삶도 죽음도 겁낼 게 없다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니까
욕심이 생기고 문제가 생기는 거다.
자연과 친해지면
삶이 평안하고 자유롭다
자연과 멀어지면
삶이 불안하고 옹졸해진다.
사람은 자연의 품안에서
참 사람다워진다
자연을 등지고 외면하면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
+ 자연과 사람
나무는 사람이 없이도
꽃 피고 열매 맺을 테지만
사람은 나무가 없으면
숨막혀 죽을 거다.
강물은 사람 없이도
영원토록 유유히 흘러가련만
사람은 강물이 없으면
얼마 못 가서 전멸할 거다.
하늘과 땅, 산과 바다와 숲은
사람 없이도 건재하겠지만
그것들이 없으면
사람은 결코 살아남지 못할 거다.
이렇게 자연은 말없이
사람보다 강하고 영속한다
이래저래 사람은
자연의 은덕으로 살아가는 거다
자연은 사람의 고마우신 어머니
인간 생명의 젖줄이다.
+ 자연의 마음
하늘같이
넓고 맑은 마음
땅같이
온유하고 거짓 없는 마음
산같이
의연하고 넉넉한 마음
바다같이
깊고 큰 마음
호수같이
잔잔하고 투명한 마음
나무같이
고요하고 여유 있는 마음
꽃같이
순하고 고분고분한 마음
바람같이
자유롭고 막힘이 없는 마음
+ 그냥 살아간다
하늘에 두둥실 떠가는
흰 구름
사시사철 늘 그 자리
가만히 있는 산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유유히 흐르는 강물
철 따라 한결같은 모습으로
피고 지는 꽃
안달 떨지 않고
소란 피우지 않고
꼭 무슨 일을 이루겠다는
야망도 욕심도 없이
특별한 일없이
그냥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런데도 조금도 밉지 않다
게으름뱅이 같지 않다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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