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저녁부터 걸어온
바람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별안간 다가온
당신의 존재를 확인시키려는 듯
내가 그에게
걸어온 여로를 묻자,
가진 것 없이
당신은 걸어와
아무 것도 없이 떠날 것이라고
오는 길에 나무를 흔들며
가는 길에 나를 스치며
무엇 하나 없이
떠날 것이라고,
길 가던 바람은 내게 말했다
나 또한 향기 없이 날리울
이슬따라 갈 바람이라고ᅳ
돌아서는 바람의 등뒤로
시간이라는 세월 속에
나의 이마에 놓여질
소년의 꽃을 나는 보았네
소년은 나를 알기에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고,
가진 것 없이
나 걸어와
이대로 떠나가려 함에
바람이 멎은
하늘강 건너 저편으로
걸어가려 함에
---------가을바람---------
내가 죽고
바람이 죽은
이 곳에,
나는 언젠가 돌아올테니
바람이 죽은 곳으로
나는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