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
졸업식날 뒷모습에 배여있던 여린 감정과 입학의 새 아침, 그립던 오후, 얼마간의 추억.
모두가 손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멀어져 간다. 풍경들만이 우울한 목탄그림처럼 빛을 잃어간다.
그런 이유였을까, 잡념에 관하여 12월의 밤은 유난히 그득하다.
삶의 어떤 황홀한 순간들이, 그들의 가장 밝은 곳에 숨쉬듯 박혀있는 늦은 저녁.
언제부터 였을까, 그렇게 그리던 별, 그렇게 예쁘기만 한 별이 변해버린 것은.
밤의 무대위에 어떤 사람, 그리던 누군가를 바라보며 선 넋두리의 주인공으로,
정말 언제까지고 조명아래 있을 것 같은 슬픈 모습으로.,.
그래도 언제나 나를 웃게 만드는 것도 알고 보면 밤이었다.
낯설음의 미학, 갑작스러움에 대한 반가움, 기대의 묘사. 이 역시 밤의 몫이였으므로.
다만, 지금의 나를 안고 있는 밤의 시린 가슴이 서글프다.
2004年 2月 1日, 만으로 열일곱.
별안간 다가올 사람을 위해 난 나를 버려둬야 함을 알고 있는데, 어째 밤꼬리가 길다.
---------------가을바람---------------
그래도 그래도
비록 옆에 둘 수는 없지만,
나에겐 그대가 있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아마 모르는 아름다운 사실.
많이 이기적이지만,
나는 그대를 너무 좋아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