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마지막날이 시작된지 2시간이 넘은 밤.
내일이면 12월이라고 연말이다.
하루가 지나고 나날이 추워지는 날씨 탓에
코감기며 목감기며 주위에선 말썽인데
난 감기가 걸려있는데도 꼭 옷을 입은듯, 안 입은듯 해버린다.
어려서부터의 못 버릴 성질이라, 둔한 옷은 벗어재끼고 만다.
어린 시절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나.
엄마가 집에 없다고 혼자 골목길을 헤매이던,
문고리를 걸어잠그고 여는 법을 몰랐던 동생이 없던 시절.
눈물 많았던 시간들.
비뚤어진 방황의 시간들.
한참을 서성이다 못해 이르고 말았던 사소한 기억들까지,
사진을 거쳐가면 모두 웃음거리가 되고야 만다.
난 왜 그랬을까.
유치원 시절, 수영장에 놀러가 친구 놈을 물속에 빠뜨려서
하루 종일 혼났던 바보.
좋아한다, 말하지 못하고 돌아오던 날들.
밤에게 물어, 나 온길을 나누고 또 나누며
멀리서 바라만 보곤 한다.
추억이 지나면 남은 시간이 그 이름을 그려나갈 것이라고
지나던 누군가가 일러 준 것일까.
하루종일 잠들어 있는 하늘이 눈에 띄는
어떤 밤이 오면,
사진속에서 나는 바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