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희망으로 들떠 행복해하던 2000년 1월, 하지만 그 시간이 내겐
너무도 야속하고 슬픈 나날이었다.
정리해고, 남의 집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 일이 우리집에도 일어났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버지가 정리해고를 당한 뒤 바로 새 직장을 얻으셨기 때문이다.
월급도 예전 직장보다 더 두둑했다.
그러나 그게 또 다른 불행의 시작이라는 걸 우리는 모르고 있었다.
새 직장으로 출근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마도 토요일 즈음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는 빨리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려고 했는지 조금 서두르다가
기계에 손가락이 빨려들어가는 사고를 당하셨다.
급히 병원으로 가 봉합수술을 받았지만 아버지는 끝내 왼손 네번째 손가락을 잃고 말았다.
게다가 처음엔 나아지겠지 싶었는데 후유증으로 팔에 장애가 온다는 것이었다.
왼팔을 깁스한 채 힘없이 누워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몹시 아팠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고 아버지는 회사측과 얼마의 돈으로 합의를 보았다.
합의금을 받던 날 왜 그리도 그 돈이 밉던지.
아버지의 손과 맞바꿨다고 생각하니 화가 났다.
그날 밤 아버지는 언니와 나를 조용히 부르셨다.
우리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말씀하셨다.
\"이젠 너희들도 컴퓨터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
아빠가 이번에 합의금 받은걸로 컴퓨터 하나 좋은 걸로 사 주고 싶은데...\"
순간 언니가 울음을 터뜨렸다.
언니와 내가 그렇게도 갖고 싶었던 컴퓨터!
나는 울지 않았다.
아니 울지 않으려고 입술을 사리물었다.
김은아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