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사람인 메어리 네멕은 미국 플로리다 해변가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미국에서 가장 뛰어나고 유명한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해낼 정도로
능력있는 TV사회자로 성장했다.
메어리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아버지로부터 선조들이 대대로 살았던 체코슬로바키아에
한번 다녀오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체코인이면서 정작 한 번도 체코에 가보지 않은 메어리는
무덤덤한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안에서 아버지는 메어리의 선조가 왕들의 땅을 지키는
파수꾼이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체코에 거의 다다랐을 즈음 메어리는 푸른 숲이 우거진 땅을 내려다보며
아버지가 말씀하신 땅이 저기쯤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체코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소련군이 침입해 왔다.
메어리 일행은 꼼짝없이 갇혀 엄청나게 쏟아지는 포탄소리를 들으며
공포에 떨어야했다.
메어리는 미국으로 온전히 돌아갈 수 있게 되기만을 빌었다.
그날도 포탄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한 메어리는 무심결에 창밖을 내다보았다.
어슴푸레한 어둠 속에서 한 어린 소년이 자기 몸집보다 큰 체코 국기를 들고
뛰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탕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소년이 쓰러졌다.
끔찍한 광경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눈을 뜨니 다른 한 소년이
그 국기를 다시 들고 앞으로 뛰어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총소리가 들리자 또 다른 사람이 국기를 집어들었다.
메어리의 눈에선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조국의 역사가 저렇듯 작은 꼬마의 아름다운 희생으로 지켜지는 동안
나는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만 하다니….\"
우여곡절 끝에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탄 메어리의 몸 구석구석엔
체코인의 피가 뜨겁게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