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일본은 역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부상을 입은 사람은 수용소로 옮겨졌지만 방사선과 독물이 가득 찬 히로시마는
한동안 외부인의 출입이 전면 금지되어 구급약이나 식량을 구할 수가 없었다.
밤이 되자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히로시마는 더욱 깊은 절망에 빠져들고 있었다.
수용소 안은 출혈과 고열로 시달리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 없이 꽉 차 있었다.
그들은 목이 말라 '물! 물!'을 외치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런 가운데 한 여인이 소리쳤다.
\"아기, 아기가 나오려고 해요.\" 여인은 산모였다.
방사능에 이미 오염된 여인은 아이와 함께 죽을 운명이었다.
여인의 외침은 희망없는 고통스런 소리에 불과했다.
이 때 또 다른 여인의 목소리가 한쪽 구석에서 들려왔다.
\"나는 조산원입니다. 제발 저를 산모 곁으로 옮겨 주십시오.\"
여인은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애원하듯 말했다.
곁에 있던 환자들이 그런 몸으로는 무리라며 말렸지만 여인은 조금씩 몸을 움직여
산모 곁으로 힘겹게 옮겨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산모의 비명이 이어지고 산모에게 용기를 주는 여인의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위에 있던 수많은 환자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아이가 무사하길 빌었다.
한 시간이 흐르고 얼마 후 수용소 안은 쩌렁쩌렁한 아이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내 아이다!\" 일순간 수용소 안은 짧은 침묵이 흘렀다.
감격에 겨워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한 것이다.
산모의 진통을 바라보며 마음을 졸이던 환자들의 볼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곧이어 아이를 무사히 받아낸 조산원이 숨을 거두고 산모마저 눈을 감고 말았다.
수용소 창문으로 막 떠오른 햇살이 엷게 퍼져들고 있었다.
그 후 아이는 건강하게 잘 자랐다.
그리고 히로시마도 아픔을 딛고 서서히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