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11월 13일 새벽3시, 코펜하겐의 소방단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야간근무자인 에릭이 수화기를 들자 '살려달라'는 여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여인은 수화기를 든 채 정신을 잃었다.
주소도 전화번호도 채 물어보지 못한 에릭은 여인의 불규칙한 숨소리를 들으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 고심했다.
에릭은 즉시 소방서장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여인을 찾는 방법 하나를 내놓았다.
\"이 큰 도시에 그 여인의 집을 그런 식으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자네 말대로 했다가는 코펜하겐 전 시민들이 전쟁이 난 줄 알고 놀랄꺼야.\"
그러나 에릭은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면 모든 시민들이 찬성할 것이라고 믿었다.
마침내 서장은 에릭이 내놓은 방법에 동의하고 즉각 코펜하겐 시내 전역에
스무대의 소방차를 파견하고 동시에 싸이렌을 울리도록 하였다.
에릭은 소장이 소방대를 지휘하는 동안 전화기를 들었다.
여인은 아직 살아 있었다.
잠시 후 전화기 저편에서 싸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서장은 무전으로 1호차, 2호차 등 각 소방차의 순서대로 싸이렌을 끄도록 하였다.
서장의 지시가 12호차까지 이어졌을 때 에릭의 전화기에서 흐르던 싸이렌 소리가 멈췄다.
여인의 집은 12호 소방차가 있는 부근이었다.
그러나 수백 개의 집에서 다시 여인의 집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서장은 에릭이 시키는 대로 12호차 소방 대장에게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잠시 후 에릭은 전화기에서 12호차 소방대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주민 여러분! 우리는 생명이 위독한 여인을 찾고 있습니다.
모두 불을 꺼주십시오.\" 싸이렌 소리에 몹시 놀란 사람들은 소방대장의 말을 듣고
하나 둘 불을 끄기 시작했다.
이윽고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반짝 불이 켜있는 집이 있었다.
여인의 집이었다. 에릭은 전화기에서 문을 부수는 소리를 들었다.
\"여인을 찾았다. 의식은 없지만 맥박은 뛰고 있다. 그녀는 무사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