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류작가가 그 당시 팔십이 조금 넘은 화가 조지어 오키프 여사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손님을 반갑게 맞은 오키프 여사는 음료수 한잔 들지 않겠느냐며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작가는 시원한 스카치 한잔이면 좋겠노라고 대답했다.
오키프 여사가 부엌에 가 있는 동안 그녀는 여사가 그린 그림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잠시 부엌에서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오키프 여사가 빈손인 채 방으로 돌아왔다.
여사는 대단히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아휴, 하필 오늘 가정부가 노는 날이에요.
그런데 식료품이 든 찬장을 잠그고 나서 열쇠가 어디 있다고
나에게 가르쳐 주었는데 도통 떠오르질 않는군요.\"
작가는 괜찮다는 뜻의 함박 웃음을 지어 보였다.
\"됐습니다. 신경쓰지 마세요.\"
오키프 여사는 걱정스런 말투로 중얼거리며 다시 밖으로 나갔다.
\"그래도… 뭔가… 대접해야…\"
잠시 후 부엌쪽에서 퉁탕거리는 소리, 그릇이며 남비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오키프 여사를 기다리고 있던 작가는 근심어린 얼굴로 부엌쪽을 한참동안 쳐다 보았다.
오키프 여사가 나오는 기척이 들리자 그녀는 의자에 바로 앉았다.
여사는 쟁반에 시원하게 보이는 스카치 한 잔을 들고 와서는 탁자위에 내려 놓았다.
팔십이 넘은 오키프 여사의 이마에 송글송글 맺혀있는 땀방울을
작가는 놓치지 않고 보았다.
그리고 열쇠를 어디서 찾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오키프여사가 눈을 빛내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글쎄 아무리 찾아도 열쇠가 없길래 망치와 톱으로 식료품 찬장문을 뚫었다우.
어서 시원하게 쭈욱 들이키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