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땀 흘려 일하고 밤늦게 귀가한 제게 아버지는
늘 “야야, 밥은 먹었나. 빨리 밥 먹고 내일은 학교 가자!” 하십니다.
그때마다 저는 “예. 밥 먹었습니다. 내일 학교 갈 준비 잘하겠습니다” 하고 거짓말을 합니다.
몇 해 전 일입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던 아버지는 모처럼 손자와 며느리가 온다는 연락을 받고
기쁨에 들떠 자전거를 타고 나오셨다가 신호등을 무시하고 달리던 덤프트럭에
부딪치는 큰 사고를 당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초주검이 된 채 병상에 누워 계시다 한 달여 뒤에 일어나셨습니다.
그 뒤부터 저희와 함께 지내시는데, 아버지는 출근하는 저에게
“얘야, 학교 가니? 얘야, 도시락은?” 하며 저를 아이 대하듯 똑같은 말을 자꾸만 되풀이하십니다.
성품이 워낙 곧으셨던 아버지는 평소 “야들아! 난 절대로 벽에 똥 칠할 때까지는 안 살끼다” 하셨는데,
안타깝게도 지금 아버지는 그렇게 생활하고 계십니다.
아버지가 아시면 많이 속상하시겠지만 오히려 전 그래서 행복합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아버지를 씻겨 드리며 아버지의 주름진 살과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지금 같은 기회를 얻지 못했을 테니까요.
어젯밤 아내에게서 국수 그릇에 아버지가 세수를 했다는 말을 듣고 눈물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쁨의 눈물입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향불 앞에서 우는 못난 자식이 되지 않게끔
시련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비가 오는 밤이면 아버지는 어느 결에 꺼내왔는지 방 안에서 우산을 꼭 안고 계십니다.
학교 간 자식 마중이라도 나가시려는 걸까요?
모든 걸 잊으셨어도 자식을 향한 사랑만은 잊지 않으신 내 아버지!
아버지 오래오래 사세요.
신성철 님 / 부산시 사상구 괘법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