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씨는 일곱 살 난 영훈이를 데리고 대형 슈퍼마켓에 갔다.
장난감 진열대에 서자 영훈이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이것저것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대뜸 장난감 하나를 집어 들고 사달라고 조르는 것이었다.
정희씨는 그건 살 예정에 없어서 안된다고 아이를 타이르며 손을 잡고 식료품 진열대를 향해 갔다.
그 때 투덜대며 따라오던 영훈이가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
"엄마, 저 아저씨 좀 봐."
영훈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긴 머리에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젊은이가
휠체어에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얼마나 큰 사고를 당했는지 양 다리가 모두 없는 데다 얼굴 또한 상처가 많았다.
정희씨는 너무 민망해서 사람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것은 나쁜 짓이라고 주의를 주고는
급히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영훈이는 정희씨가 미처 붙잡기도 전에
쪼르르 그 젊은이에게 달려 갔다.
"와. 아저씨 그 귀걸이 정말 멋지네요! 그렇게 멋진 귀걸이를 어디서 샀어요?"
젊은이는 씩 웃으며 영훈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거 말이니? 이 귀걸이는 아저씨가 옛날에 인도에 가서 사왔단다."
"정말요? 그럼 아저씨는 정말 인도에 다녀왔단 말이에요?
그런데 인도가 어떤 나라지?"
"응, 인도라는 나라는 말이야…"
영훈이와 젊은이는 한참 동안을 서서 젊은이가 다녀왔다는 인도와 다른 '멋있는 것들'에 대해 말했다.
가끔씩 낄낄거리며 장난을 치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있던 정희씨는
아들을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을 가만히 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