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만 빈센트 필 박사가 뉴욕에 가려할 때였다.
필 박사는 워싱턴 D.C. 공항에서 뉴욕행 비행기에 올라 이륙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자리를 찾아 앉은 필 박사는 느긋한 마음으로 이번 뉴욕행의 일정을
다시 한번 꼼꼼하게 확인한 뒤, 신문을 펼쳐 들고 한줄 한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비행기 기체가 심하게 흔들거리더니 신문의 글자가 부옇게 흐려 보였다.
당황한 필 박사는 얼른 창문을 내다 보았다.
창밖은 시꺼멓게 모여든 먹구름으로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얼마 후에는 세찬 바람이 불어오면서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행기가 금방이라도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또 한번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리자 기내의 승객들은 공포에 휩싸여
웅성거리며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그 때였다. 남부 사투리가 섞인 조종사의 음성이 방송을 통해 흘러 나왔다.
"승객 여러분!" 조종사의 음성은 의외로 조용하였다.
" 이 공항 상공에 폭풍의 중심이 있습니다.
이런 기상 조건으로는 이륙이 불가능하니 중심이 이동할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렇지만 조종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 한번 비행기가 세게 흔들렸고
창문을 때리는 비바람도 더욱 심해졌다.
게다가 천둥과 번개까지 합세하여 천지를 뒤흔들었다.
승객들은 모두 두려움에 얼굴빛이 변하여 술렁거렸지만
조종사는 아무런 동요가 없는 잔잔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급히 뉴욕에 가셔야 할 분이라도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편안히 계십시오.
그리고 저희는 비행기가 바람을 덜 받도록 비행기를 돌리려고 하니 놀라지 마시기 바랍니다."
승객들은 조종사의 담담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에 다소 진정이 되는 듯 했다.
잠시 후 조종사는 승객들에게 다음과 같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어떠한 폭풍우라도 반드시 멎게 마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