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학년 초겨울이었던 것 같다.
조금 있으면 교정도 텅 비고 저 나무들은 가지만 남아 깊은 잠에 빠지겠지….
그런 생각으로 창 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첫사랑은 무슨 맛이더냐?”
평소 같으면 출석부를 펴고 대충 이름 몇 개를 체크한 다음 칠판에
연극이란 어쩌고저쩌고 제목부터 쓸 ‘연극의 이해’ 교수님.
하지만 그날은 어정쩡하게 서로 얼굴만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이 질문을 툭 던진 교수님은 그대로 수업에 들어갔다.
교수님의 그 한마디는 우리 가슴을 흔들어 놓았다.
아이들은 더 이상 잡담을 하지도, 노트 필기에 열중하지도,
어쩌면 눈에 띄지 않고 강의실을 빠져나갈까 궁리하지도 않고
조용히 첫사랑의 맛을 탐구하기 시작한 눈치였다.
“아파요.” 누군가가 대답했다.
교수님은 강의를 멈추고 우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써요.” 또 한 아이가 말했다. “달콤해요.” “떨떠름한 풋사과맛.”
교수님은 어떤 덧붙임이나 설명 없이 가만히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희들 마음 내가 다 안다…, 얼굴 가득 그런 웃음을 담고.
참으로 이상한 수업이었다.
종이 울리고 교수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가방 속에서 작은 봉투를 꺼내 그 안에 든 것을
우리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첫사랑 맛은 말이야… 난 이런 것 같다. 자, 나누어 먹어라.” 사탕이었다.
굵은 설탕 알갱이가 잔뜩 붙어 입안에 넣으면 달콤한 맛과 함께
싸한 아픔이 느껴지는 그 사탕.
교수님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첫사랑이란 그런 맛이라는 사실을.
《노영심의 선물》, 노영심, 중앙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