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엔 박사는 요즘 대학 교수 시절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차를 타고 데이브레이크 복지원에 도착하면 곧바로 옷을 갈아 입고 일을 시작한다.
누엔 박사가 하는 일은 끝도 없고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지체부자유아들의 용변을 치우고 목욕을 시키고 식사를 돕고 빨래를 하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이런 일들을 누엔 박사는 자청해서 하고 있는 것이다.
월급이라야 생계유지가 겨우 될까말까 하지만 박사의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가득하다.
20여 권의 저서가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던 누엔 박사가
하버드 대학 교수직을 사임하겠다고 했을 때 학계와 제자들 사이에서는 난리가 났었다.
더구나 쉬려고 그만두는 것도 아니고 지체부자유아들의 시설에서 일을 하겠다니
주위에서는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았고, 모두가 '곧 그만두겠지' 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박사는 매일매일 싱글벙글 웃으며 콧노래까지 불러가며 즐겁게 일을 하고 있다.
이 일을 하게 된 동기를 묻는 주위의 시선을 애써 피하던 박사는 어느 날,
해가 뉘엿뉘엿 지는 모습을 보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는 그동안 올라가는 길만 보았었지요.
성공이라는 목표를 세워 놓고 그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갖은 애를 썼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잘해 신동이라 불렸고 결국 하버드 대학 교수자리까지 올랐지만
늘 가슴 한켠이 텅 빈 것 같았어요. 어느 날 이곳의 한 친구를 보았을 때 저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맑은 눈을 본 적이 없었거든요.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그 투명하고 맑은 눈은 그의 아름다운 마음을 다 드러내고 있었어요.
그때 알았지요. 몸이 불편하다고 마음까지 불편한 것은 아니고,
몸이 멀쩡하다고 마음까지 건강한 것은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고통에 동참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오묘한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