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대학에 다니면서 과외를 할 때의 일입니다.
제가 가르치게 된 아이는 6학년이 되어 중학교에 들어갈 나이였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공부가 많이 늦어 실제 수준은 초등학교 1학년도 안 되었습니다.
수학 시간, 숫자 개념도 전혀 없는 아이에게 먼저 수의 기본을 가르쳐야 했습니다.
우선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천 원짜리 지폐와 오백 원짜리, 백 원짜리, 십 원짜리 동전이 있단다.
이 돈 중 어느 돈이 가장 클 것 같니?"
그러자 아이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응…, 십 원짜리요."
참 난감했습니다.
나는 아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은 뒤 천 원이 가장 큰 돈이라고 말하며
왜 그런지 또박또박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가 영 못믿겠다는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보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니에요. 십 원짜리가 가장 큰 돈이에요."
정말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묻자 아이는 태연한 얼굴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십 원은 전화를 걸 수 있는 돈이에요.
전화를 걸면 우리 엄마 목소리를 들을 수 있거든요."
당시 공중전화비는 이십 원이었습니다.
저는 그때의 이 짧은 경험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것이 무엇인지 아이를 통해 알게 된 것입니다.
공부보다 더 소중한 것을 오히려 아이에게서 배웠던 것입니다.
이준영 님 / 경기 안산시 사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