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 참외 하나 계산해 주이소.”
일요일 아침, 슈퍼마켓에서 물건값을 치르려고 기다리는 참이었다.
웬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니 남루한 옷차림을 한 아저씨가
달랑 참외 한 알을 들고 서 있었다. 주인아주머니는 난감한 얼굴이었다.
“아저씨! 이 참외는 세 개에 이천구백 원이에요.
낱개로는 계산이 안 됩니다. 사려면 세 개를 사셔야 해요.”
아주머니의 친절한 설명에도 아저씨는 막무가내였다.
“아니, 한 개만 하면 얼마요? 이천구백 원에서 한 개면…. 한 개만 팔아요.”
아저씨는 속으로 셈을 하고 있는 듯했다.
시간이 더뎌지자 조바심이 났다.
‘나도 갈 길이 바쁜데…, 안 된다면 그냥 가지 왜 저러실까.’
아주 짧은 시간, 아주머니와 아저씨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일었다.
아저씨가 고집스레 서 있자 결국 주인아주머니가 950원을 주고 가라고 했다.
그제야 표정이 밝아진 아저씨는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돈을 꺼냈다.
잔뜩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아저씨를 지켜보던 나는 아저씨의 투박한 손에
가득한 동전을 보았다. 백 원, 이백 원… 동전을 세는 아저씨.
950원이 안 되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참외 한 알 값은 되는 모양이었다.
부스스한 머리에 초라한 옷차림, 잠에서 깨자마자 달려온 듯
부산해 보이는 아저씨는 왜 이른 아침부터 참외를 저리도 간절히 찾는 것일까?
그때 노란 참외 한 알을 손에 쥐고 문을 나서면서 아저씨는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우리 아들이 감기에 걸렸는데… 어찌나 참외를 찾는지 원, 돈은 없고….”
김화수 님 / 경남 김해시 진영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