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어머니에게 지금의 남편을 소개하면서 그가 얼마나 성실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녔는지를 강조했지만, 어머니는 그가 왜 대학을 나오지 않았는지,
왜 홀어머니에 장남이며 많은 동생들을 보살펴야 하는지를 말했다.
결국 나는 사랑을 선택했다.
그러나 연애시절 나를 매료시킨 그의 모습은 나를 힘들게 했고,
따스하게 느껴지던 어머님에 대한 그의 사랑과 동생들에 대한 책임마저
짐이 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아침, 드라마를 보다가 연인이 초밥을 먹는 장면에서
기어이 맘속의 말을 쏟아 내고 말았다.
"자기는 백 날 살아도 저런 것 못 사 줄 거야.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더니 그 말 뜻을 이제 알겠어!"
그리고 병원으로 출근했는데, 점심때쯤 남편이 찾아왔다.
하우스에서 일하다 왔는지 옷은 먼지투성이였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엔 초밥이 들려 있었다.
며칠 뒤 시동생이 찾아와 형이 자기에게 주었다며 편지와 통장을 놓고 갔다.
영문을 모른 채 편지를 펼쳐 보니 남편이 시동생에게 쓴 것이었다.
'결혼 축하한다. 형이 기반을 잡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줘야 하는데
어머니까지 네게 맡기고…, 정말 면목없다.
통장은 너 장가들 때 쓰려고 조금 모은 것이다.
민혁아! 형은 네 형수 고생하는 것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데려와 더 초라하게 만든건 아닌지….
너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고 못난 형처럼 고생시키지 말거라.'
그리고 편지 밑에는 시동생의 글도 적혀 있었다.
'형수님! 우리 형님 어떤 분인지 아시죠? 조금만 참아 주세요.'
그 편지를 들고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날 밤 잠이 든 남편의 지친 얼굴을 내려다보며 미안하다는 말을
속으로 얼마나 많이 중얼거렸는지….
이인숙 님 / 광주 북구 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