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멀어 거동을 잘 하지 못하는 노인이 있었다.
달리 옆에서 돌봐 줄 사람도 말동무할 상대도 없는 노인은 하루종일 집안에 갇혀 지내야 했다.
그런 노인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라디오를 듣는 일이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와 이야기를 듣다보면 머릿속엔 갖가지 추억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러나 그나마 노인의 라디오는 너무 오래되어 잡음이 무척 심하게 나서
듣기가 조금은 거북할 정도였다.
노인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들은 한 이웃사람이 노인에게 새 라디오를 선물로 사가지고 왔다.
노인은 매우 기뻐하였다. 그리고 헌 라디오는 조심스럽게 한쪽으로 치웠다.
노인의 방엔 새 라디오의 맑은 소리로 가득했다.
노인에게 가장 귀한 보물은 새 라디오가 되었다.
어느 날 새 라디오를 듣던 노인은 소말리아 난민을 돕기 위한 구호품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노인은 혹 자신이 할 일이 없을까 여러날 생각하다가 라디오를 보내기로 결심했다.
노인은 더듬더듬 헌 라디오를 꺼내 먼지를 털어냈다.
그리고 새 라디오는 고이 싸서 한켠에 놓았다.
노인은 새 라디오를 구호품으로 내놓을 생각이었다.
노인이 다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헌 라디오를 켰다.
'지지직…'
헌 라디오의 잡음은 예전보다 더 심해진 것 같았다.
그러나 잡음나는 라디오의 구성진 노래가락에 손장단을 맞추는
장님노인의 얼굴은 더 없이 행복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