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대기업에서 작은 회사로 옮긴다고 했을 때 가계 수입이 줄어드는 게
걱정은 됐지만 나도 직장에 다니는지라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오히려 “내가 직장 다닐 때 하고 싶은 일 해” 하고 남편을 격려했다.
남편이 회사를 옮기고 구경을 오라고 해서 가 보았는데 번화가에 자리한
멋진 건물에 회사 이름도 크고 멋있게 쓰여 있어 안심했다.
그런데 얼마 전 갑자기 회사가 어려워져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한다고 했다.
나는 아이를 데리고 이사 간 사무실로 가 보았다.
사무실에 들어가 남편 자리를 보는 순간 맥이 탁 풀리면서
‘나는 직장을 그만두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남편 회사는 골목길로 한참 들어가야 했는데, 작고 허름한 건물에
간판도 조그만 데다가 책상은 다닥다닥 붙어 있어 마치 작은 창고 같았다.
나는 기대했던 것과는 달라 실망감에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처음 회사를 옮겼을 때는 ‘여기서 경력만 좀 쌓으면 월급도 다시 예전처럼
많아지겠구나’ 하고 내심 좋아했다.
남편 역시 그동안 나에게 곧 대기업으로 키울 자신이 있다며 자신만만해했다.
그런데 초라하기 그지없는 새 사무실을 보고는 기대가 와르르 무너졌고,
월급이나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슬슬 걱정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와 남편에게 조용히 물었다.
“당신, 대기업에 일하는 것보다 이렇게 작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게 더 좋아?”
남편은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얼마나 좋은데…. 예전에는 다니기 싫은데도 억지로 다녔지만
지금은 하루하루 재미 있어. 보람도 있고.”
더 이상 말은 안 했지만 남편이 돈보다 일의 재미를 선택한 덕분(?)에
내 어깨가 더 무거워진 셈이었다.
15평 작은 집에서 거실이 있는 넓은 집으로 이사해 살아 보고 싶었는데
그 소원도 당분간 미뤄야 할 듯하다.
하지만 남편이 좋아서 선택한 일이고, 힘들지만 재미를 느끼고 보람도 있다고 하니
그동안 남편의 마음도 모른 채 월급 적은 것만 생각한 나 자신이 부끄럽다.
남편이 내게 말했던 것처럼 지금 다니는 회사를 좋은 회사로 키웠으면 좋겠다.
손승현 님 / 경기도 성남시 금곡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