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아이들을 깨우느라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몇 번 흔들어 깨우다가 안 되면 아이를 번쩍 들었다 놓기도 하고 소리도 꽥 지른다.
그러다가 잔뜩 애가 타 아이들에게 할 소리 못할 소리 다하고 만다.
또 아침을 준비하다가 마음이 급해지면 아이들에게 다른 애들처럼
빵이나 우유에 간단하게 타 먹는 것을 좀 먹으라고 은근히 눈치를 줄 때도 있다.
내 어머니는 그러지 않으셨다.
날마다 방금 딴 풋고추와 애호박 똑딱똑딱 써는 도마 소리로,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로 우리 사남매를 깨우셨다.
중학교시절 혹시나 도시락을 두고 오면 산꼭대기 학교까지 자전거를 타고
금방 지은 따뜻한 밥에 감자 부침까지 싸서 교실로 갖고 오셨다.
지금 어머니는 직장 다니는 막둥이 딸을 위해 10년 동안이나 우리 아이들을 돌보고 계신다.
일흔이 훨씬 넘은 분이 새벽마다 영월에 사는 큰자식부터 막둥이인 나,
그리고 손자손녀들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가며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신다.
어머니 기도 덕분에 지금도 우리 사남매가 아무 탈 없이 산다고 나는 믿는다.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요리를 하고 기도를 하며 인생을 사셨다.
난 아이들이 수업을 마치고 집 안에 들어서면 ‘숙제 해라, 문제집 해라’ 하며 다그치기부터 한다.
그런데 우리 어머니는 아이들 머리를 품어 주며 “덥지 않았냐? 학교에서 재미있었냐?” 하고 물으신다.
나는 지금도 지치고 힘들면 어머니의 늘어진 젖가슴을 만진다.
그러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나도 어머니가 우리에게 그러셨듯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
자식을 위한 기도 소리로 아이들을 깨우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권동희 님 / 인천 남동구 만수6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