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부금이다 뭐다해서 오랜 기다림 끝에 내집마련을 하게 된 주부 소정씨의 마음은 몹시 설레였다.
이사하기 며칠 전부터 대충 큰 짐부터 분류해 놓았지만 막상 이사하는 날이 되니
여기저기서 자잘한 생활용품이 튀어나왔다.
급한 마음에 그녀는 그것들을 보이는 대로 여기저기 쑤셔 넣었다.
대충 짐들이 집밖으로 나가고 소정씨는 이제껏 살아온 집을 휑하니 둘러 보았다.
벽지는 낡았고 아이들의 낙서도 군데군데 보였다.
형광등엔 뿌옇게 먼지가 쌓여 있고 창틀이며 문틀이며 때가 꼬질하게 껴있었다.
소정씨는 다 우리가 살아온 흔적이려니 생각하고 대충 바닥이나 쓸기 위해 빗자루를 들었다.
그러나 빨리 나오라는 이삿짐센터 사람들의 빵빵거리는 경적 소리에 소정씨는 허둥지둥 밖으로 나갔다.
이사올 집에 도착한 소정씨는 현관문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집안이 너무나 깨끗했던 것이다.
아마도 전에 살았던 사람이 이사하면서 청소를 말끔히 하고 간 듯했다.
덕분에 소정씨는 손쉽게 짐을 내려 정리를 했다.
대충 짐을 부리고 난 그녀는 목욕탕에서 비누와 수건을 찾는 남편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상자 저 상자 뜯어보았지만 도대체 어디에 넣었는지 생각이 안났다.
또 한바탕 털털한 성격을 남편이 들먹거릴 생각을 하니 소정씨는 머리가 지끈 아파오는 것 같았다.
남편의 반가운 소리가 들린 건 그때였다.
"여보, 여기 비누랑 수건 있는데…. 언제 가져다 놓았어!"
소정씨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뛰어가 보니 수건과 비누가 진열대 안에 놓여져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위엔 조그만 메모가 붙어 있었다.
「저희가 살던 집이지만 참 정이 많이 든 곳이랍니다.
이 집에서 늘 행복하시길 빕니다.」
전주인이 바쁜 와중에도 세심하게 이사올 사람을 위해 비누와 수건을 챙겨 놓고 간 것이었다.
소정씨는 그 메모를 읽는 순간 코끝이 찡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