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우는 막사이사이상의 96년 수상자인 오웅진 신부는
얻어먹을 힘조차 없는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바쳐 일해온 사람이다.
오신부가 설립한 음성의 꽃동네에는 걸인과 환자들, 고아들이 모여
서로 도우며 살아가고 있는데, 오신부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는
한 거지 할아버지와의 만남이 있었다.
76년 5월, 사제서품을 받은 석달 뒤 음성 무극천주교회 본당 신부로 오게 된 오신부가
음성으로 온지 얼마 지나지 않은 9월 어느날이었다.
해질 무렵, 서쪽 하늘을 곱게 물들이는 아름다운 노을 아래서 성당 앞마당을 쓸고 있는 오신부 앞을
넝마를 걸친 한 거지 할아버지가 동냥 깡통을 들고 지나갔다.
오신부는 자신도 모르게 그 할아버지 뒤를 따라갔다.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움막 앞에 발을 멈춘 할아버지를 따라
움막 안으로 들어간 오신부 앞에는 참으로 놀랍고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
그곳에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거나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
혹은 정신장애로 도저히 혼자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여럿 모여 있었고
그들은 저마다 환한 얼굴로 할아버지를 반갑게 맞았다.
그동안 최할아버지는 혼자서 동냥을 해가며 그들을 먹여 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도 동냥을 해서 사는 처지에서도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랑이 솟아난다는 사실에 감동한 오신부는
그날 밤을 꼬박 새우고 다음날을 맞았다.
그리고 오웅진 신부는 가지고 있었던 얼마 안되는 돈을 털어 지금의 자리에다
방 다섯칸짜리 블록집을 지었고, 그곳으로 무극천 다리 밑에 있던 걸인 18명을 데려와 살게 했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 꽃동네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