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 못나가며 열심히 일을 한 끝에 많던 빚을 거의 청산해 가던 양희은씨에게
엄마의 숨겨진 빚은 청천벽력이었다.
또다시 시작된 돈 걱정과 엄마에 대한 원망으로 그녀의 얼굴은 날로 어두워졌고
부르는 노래도 슬픈 노래들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를 만나러 카페로 찾아온 친구가 우연히 외국인 신부님들과 합석하게 되었다.
한국어에 능통한 한 신부가 미스 양의 얼굴이 왜 저렇게 어둡냐고 묻자
친구는 그녀의 사정을 다 털어 놓았고, 신부님들은 그녀를 돕고 싶다고 했다.
친구가 이 소식을 그녀에게 전하자 그녀는 한마디로 딱잘라 거절해 버렸다.
아무리 돈이 궁하다 해도 처음 보는 손님한테서 돈을 빌리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번 달 이자를 주고 나면 다음 달 이자 걱정을 하기에 바쁜,
도무지 끝이 보일 것 같지 않는 돈과의 싸움이 계속되었다.
보다 못한 친구가 신부님과 약속을 잡아 놓았다고 등을 떠밀었고
그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신부님을 찾아갔다.
무안해하는 그녀에게 신부님은 돈을 건네주며 말했다.
"이건 내 돈이 아닙니다. 여러 신부들이 모은 거에요.
우리는 이 돈을 무기한으로 미스 양에게 빌려주겠습니다.
아무 때라도 형편될 때 갚으세요."
그녀는 달리 뭐라 할 말이 없어 그냥 고맙다는 말만 하고 돌아서는데
신부님이 다시 그녀를 불러 세웠다.
"잠깐 미스 양, 우리도 이자를 받아야겠어요."
그녀는 이자라는 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저희들이 받고 싶은 첫번째 이자는 미스 양의 웃음이예요.
그리고 두번째 이자는 이 다음에라도 지금 미스 양과 같은 처지의 젊은이를 만나게 되면
꼭 도와주길 바래요. 이 두가지가 우리가 받으려는 이자입니다."
그녀는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
단지 눈물만 핑 돌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