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가장 아름다운 나이에 나는 엄마를 잃었다.
다시는 부르지 못할 "엄마!"
지난겨울 엄마가 담낭암으로 석 달밖에 못 산다는 선고를 받았다.
엄머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
치료약이라고는 진통제가 전부일 만큼 병이 깊었지만 엄마는 그 고통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도리어 자식 걱정만 하셨다.
엄마는 황달로 얼굴과 눈동자가 노래졌고, 기저귀를 해야 했다.
엄마는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셨다.
'엄마도 내 기저귀 갈아 줬잖아. 엄마가 살아만 준다면 난 평생 이렇게 살아도 좋아'
내 울부짖는 소리를 엄마는 들었을까?
기적이 일어나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겠노라 다짐했건만 기적은 없었다.
산소호흡기를 꽂아야 할 만큼 엄마의 병세가 악화되자 오빠는 바다가 훤히 보이는
1인실로 병실을 옮겼다. '아! 이제 때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오빠와 나는 엄마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오빠는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다.
"엄마,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지금까지 엄마를 속였어요. 엄마가 충격받아
더 일찍 잘못되실까 봐 말씀 못 드렸어요."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엄마는 천천히 말씀하셨다.
"어... 그랬구나. 그래서 이렇게 아팠구나."
엄마는 놀랍도록 차분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을 이으셨다.
"그래. 엄마가 이제 너희들을 지켜 주지 못하니 너희들끼리 잘 살아야 한다.
형준이는 꼭 사회에서 쓰임받는 사람이 되어라. 효선이는 네가 하고 싶은 공부
꼭 하고... 엄마가 더 오래 살지 못해 미안하다."
이틀 뒤 엄마는 세상을 떠나셨다.
돌아가시기 직전 내게 '미안하다'던 엄마의 말을떠올리며 나는 다짐한다.
'엄마, 나 엄마에게 미안한 딸이 되지 않도록 열심히, 행복하게 살게. 엄마를 위해!'
김효선/ 강원도 강릉시 지변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