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며느리가 친정 나들이 선물로 소금에 절인 생선을 주었다.
잘 자란 감성돔을 솜씨 있게 소금에 절인 것이다.
밥 위에 얹고 차를 따끈하게 끓여서 야금야금 맛본다면...
아, 얼마나 오랜만에 먹어 보는 맛있는 음식인가?
어서 점심 때가 되기를 아이들과 함께 기다렸다.
그런데 11시가 지나자 하필이면 손님이 찾아왔다.
이케다 씨 부부가 일부러 문명을 온 것이다.
기차 여행이 여간 어렵지 않을 텐데 용케도 여기까지 왔다.
이야기는 꼬리를 물고 점심때가 되었다.
부엌에서 할머니가 식자 준비를 하고 있다.
자, 아침에 선물밭은 생선을 멀리서 찾아온 손님들 식탁에 올릴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그냥 두었다가 저녁에 아이들과 함께 먹을 것인가?
나는 이케다 씨 이야기에 건성으로 대꾸하면서 한 마리밖에 없는 감성돔을
내놓을까 말까 망성이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오랜만에 생선을 맛보게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도 볼 수 없게 된다.
부엌 미닫이가 약간 열였다.
곁눈질을 해보니 할머니가 문제의 감성돔을 오른손에 들고 눈짓으로 나에게 묻고 있다.
나는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이윽고 할머니가 야채투성이의 초라한 밥상을 내오면서 말했다.
"찬이 변변찮습니다." "이재민 생활이라 모든 것이 부족할 따름입니다."
나 역시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이케다 씨 부부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청빈한 생활을 하시는 모습에
감동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날 저녁 식탁에서 감성돔은 으르렁거리며 나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그 눈동자가 나를 째려보고 있어 젓가락이 떨려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로사리오의 기도>, 나가이 다카시, 베틀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