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어머니가 기뻐하도록 전부 원하시는 대로 해 드릴까 하고 망설일 때도 있어.
평소 나는 어머니가 세수하러 가실 때도 하나하나 도와 드리지 않고,
옷 갈아입으실 때도 시중들어 드리지 않아.
어머니 쪽에서 보면 정말 인정머리 없는 딸이고 상냥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고 생각하실 거야.
바깥 공기가 싫다고 꺼리시는 산책도 휠체어에 태워서 모시고 나가 버리지.
가끔 방문하는 여동생은 나와는 반대로 어머니가 원하시는 대로
극진하게 보살펴 드리기 때문에 어머니는 무척 기뻐하셔.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는 왜 이렇게 마음을 모질게 먹고 어머니를 타박하고,
무엇이든지 어머니 스스로 하시게 해서 매번 다투어야만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슬퍼지게 된단다.
어머니를 날마다 시중 들면서 가장 괴로운 것은 결국 나 자신과의 갈등인 것 같아.”
올해 84세인 어머니를 보살피며 살고 있는 친구가 눈물을 글썽이며 괴로운 심정을 이야기했다.
나는 때때로 그녀를 격려하기 위해서 점심을 사 주며 그녀의 하소연을 듣는 역할을 하곤 한다.
마음을 모질게 먹고 보살피는 일, 그것이 환자를 보살피는 일에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일 것이다.
여동생은 가끔 대하니까 생색이 나고, 몇 번이라도 어머니가 원하는 대로 해 드리므로
애정이 있는 간호인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몸 가까이 있는 것을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사실은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마음을 모질게’ 해서 늙은 어머니를 돌보고 있는 친구에게 나는 가만히 성원을 보낸다.
《행복한 느낌》, 오하시 시즈코, 베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