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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막내도 할 수 있어요

     날짜 : 2002년 11월 22일 (금) 2:28:16 오후     조회 : 701      
펄펄 눈이 내리는 지난해 겨울 어느 날, 떨리는 가슴을 안고 미용학원으로 갔습니다.
나의 앞날을 위해 스스로 선택한 미용사의 길인 만큼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학원비를 내고 싶어
그동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아 둔 돈을 품에 안고 말입니다.

‘내가 과연 자격증을 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과감하게 떨치고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부모님에게서 “넌 제대로 하는 게 뭐니?” 하는 핀잔과 꾸중에 익숙했지만,
이제는 뭔가 보여 주겠다는 자신감과 긍지가 두려움을 이길 수 있게 해 주었지요.

학원에 등록하고 나서, 저는 한눈팔지 않고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그 결과 필기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고 다음 실기시험을 위해 넉 달 동안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부지런히 학원과 집을 오갔습니다.

드디어 내 미래를 건 그날, 시험장으로 가는 발걸음은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아이처럼 덜덜 떨렸습니다.
4시간 30분 동안 시험을 보았습니다.
컷트, 퍼머, 신부화장…. 실기시험 내내 등줄기에 땀이 주르륵 흘러 마음은 더욱 불안했습니다.

이윽고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데 왠지 허탈하기만 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힘없이 고개를 들자 눈앞에서 엄마가 환하게 웃고 계신 게 아니겠어요?
얼마나 오래 기다리셨는지 엄마 얼굴은 빨갛게 얼어 있었습니다.
시험 본다며 아침도 거르고 허둥지둥 나간 딸을 위해 음식을 싸 가지고 오신 엄마는
막내딸이 대견한 듯 절 토닥여 주셨습니다.

합격자 명단이 발표되는 날, 자정을 넘기자마자 수화기를 집어 들고 차근차근 수험번호를 눌렀습니다.
“등록 검색중입니다”라는 안내 음성을 듣는 순간, 불안과 두려움으로 제 가슴은 터질 듯했습니다.
차라리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고 기도하는데 수화기에서 이런 말이 들려왔습니다.
“당신의 합격을 축하합니다.”

온몸에 힘이 빠진 저는 수화기를 놓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지요.
그리고 부모님이 잠드신 방에 뛰어 들어가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엄마아빠, 이 막내도 뭔가 할 수 있는 사람이래요!”


정수현 님 / 충남 천안시 원성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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