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머니는 논밭을 둘러보시느라 새벽부터 분주하십니다.
농촌에서 태어나고 농촌으로 시집와 일생을 농사만 지으며 사셨지만 일은 갈수록 힘에 부친다고 하십니다.
10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슬하 육남매 모두 고향을 떠났으니 그 많은 농사일은 고스란히 당신 몫이지요.
어머니께서 부리는 땅 가운데 농기계가 들어갈 수 없는 밭이 하나 있습니다.
기름진 땅이라 수확이 좋았는데, 밭 한가운데에 난 길을 소유한 사람이 그만 오도 가도 못하게 막아 버렸지 뭡니까?
그 일로 마을 사람들 원성이 커지자 그분은 오기가 생겼는지 그 길 위에
자신의 묘를 써 달라는 유언까지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결국 그 밭에는 농약 한 번 제대로 치지 못하고, 가뭄에도 멀거니 바라만 볼 뿐 물도 대지 못했습니다.
가을 추수 때가 되면 길이 있는 곳까지 사람이 직접 짊어지고 나와야 하니 그 수고로움이 몇 배로 드는 셈이지요.
해마다 저는 어머니께 같은 투정을 합니다.
“이제 그 밭 그냥 내버려 두세요. 일 년 내내 고생하면 뭐해요.
인건비도 안 나오고 종자돈도 못 건지는데….”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도리어 저를 꾸짖습니다.
“이놈아! 그런 소리 마라! 남들이 들으면 욕한다, 욕해.
하늘이 내려 준 땅을 어떻게 그냥 놀게 둬? 조상 대대로 일구어 온 땅이다.
씨 안 뿌리면 금세 잡초밭이 되어 버릴 텐데. 땅 내버려 두면 죄 받는다!”
저라고 왜 밭을 내버려 두는 게 아깝지 않을까요.
다만 고생하는 어머니가 안쓰러워 하는 말인데도 어머니가 땅을 생각하는 마음에는 한참 모자라나 봅니다.
어머니 가슴속에는 제가 아직 이해 못할 땅에 대한 큰 사랑이 있습니다.
직접 키운 작물로 자식들에게 참기름 한 병이라도 짜 주고 싶은 마음으로,
오늘도 그 고생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어머니이십니다.
어머니는 하늘이 주신 땅에 농작물과 함께 자식들의 꿈이 결실을 맺어 가는 걸
넉넉한 미소로 지켜보고 계십니다.
강동형 님 / 광주시 북구 용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