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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아프지 마, 제발 아프지 마

     날짜 : 2002년 11월 20일 (수) 10:03:23 오전     조회 : 889      
봄햇살이 부서지던 열아홉 어느 날, 그가 내게로 왔습니다.
7년 뒤 저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와 결혼했습니다.

반지하 신혼집은 온실 안 화초처럼 자란 우리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햇빛이 들지 않아 옷에 곰팡이가 슬었고 매미만한 바퀴벌레에,
자고 일어나면 비누에 쥐가 갉아 먹은 자국이 선명했습니다.
그래서 불행했냐고요? 아니요.
겨울이면 강아지 두 마리를 앞세우고 눈을 밟으며 주유소까지 기름 사러 가는 것도 행복했고,
봄이면 마당 가득 넘쳐 나는 라일락꽃 향기에 취했지요.
여름이면 큰 대야에 물을 가득 받아 놓고 어린 조카들과 첨벙대는 것도 즐거웠고,
가을이면 새로 태어난 강아지들 재롱에 기뻤습니다.
소꿉놀이 같은 결혼생활이었습니다.

어느 겨울 아침, 몸을 일으키기 힘들 정도로 열이 나고 아팠습니다.
병원에 가니 급성 신우신염이라고 하더군요.
푹 쉬면 금방 나을 병이었지만 결근하는 것이 싫어 괜찮다고 고집 부리며 계속 출근했습니다.
평소 말이 없던 남편은 하루에도 서너 번씩 제 동료들에게 전화를 걸어
“진여 씨는 좀 어떤가요?” 하고 내 안부를 물었습니다.

며칠 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온 저를 남편이 불러 앉히더군요.
주전자에 물을 끓여 대야에 담아 온 남편은 제 발을 씻겨 주기 시작했습니다.
따뜻한 물이 나오질 않았거든요.
구석구석 발가락을 어루만져 주던 남편은 고개를 숙인 채 나직한 음성으로 울먹였습니다.
“아프지 마. 바보야, 제발 아프지 마.”
그때 전 처음으로 너무 행복해도 눈물이 나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로부터 2년 뒤, 드디어 우리집을 갖게 되었습니다.
10년이 넘은 낡고 작은 아파트였지만 손수 도배를 하고 커튼을 달았습니다.
문 손잡이 하나에서 거실등까지 고치고 다듬으니 어엿한 새집이 되었습니다.
이사하기 전날 밤, 불도 켜지 않고 커튼 사이로 스미는 달빛 속에 우리 부부는
손을 마주잡고 앉았습니다. 소박하게 시작해 이루어낸 꿈, 그 기쁨을 누가 알까요?

처음부터 갖출 건 다 갖추고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 조금 아쉽기도 해요.
이들에게 우리 부부가 느꼈던 그런 행복을 나누어 주고 싶습니다.


김진여 님 / 서울 동작구 사당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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