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위를 둘러싼 산에는 아카시아꽃이 며칠 전부터 피기 시작해 문을 열면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온다.
오늘도 시원한 숲 그늘에서 책도 읽고 하늘도 보러 갈 생각으로 집을 나서려는데 어머니가 부르셨다.
"밭일 좀 거들고 산에 가지 그러니?"
좀 불만스런 마음으로 어머니를 따라나섰다.
이 더운 날씨에 왜 사서 고생이냐며 맨손으로 풀을 뽑고 있는데 지나가던 동네 아주머니가 물었다.
"아유, 그 돌밭에다 뭘 하려구요?" 그러자 어머니는 "옥수수를 좀 심어 보려구요."하고 대답하셨다.
아주머니가 "괜히 고생 말어유. 일한 품값도 안 나오겠다."며 말리시자
어머니는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일하는 재미도 있잖아요."
얼핏 보기에 돌이 많기는 하지만 돌밭은 아닌데, 생각하다가 이제 그만해야겠다고 마음먹고는
어머니가 일하는 데로 가 보았다. 괭이와 삽으로 땅을 파 엎으시는데 너무 힘들어 보여
다시 일을 거들었다. 그런데 돌이 왜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
"어휴, 흙 반 돌 반이라고 해도 되겠네." 그러자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땅은 파 봐야 뭐가 들어 있는지 알 수 있지. 사람 마음도 마찬가지여서
깊이 파 봐야 모나고 단단한 못난 것들이 나온단다."
그 말에 가슴이 뜨끔했다. 무안해진 나는 맞장구를 쳤다.
"맞아, 마음밭을 잘 가꾸란 말도 있잖아."
나는 산에 가려던 마음을 돌리고 어머니를 돕기 시작했다.
수박만한 큰 돌이 나왔다. 나는 삽을 일으키고 어머니는 끌어올려 간신히 돌을 치웠다.
축구공만한 돌에서 손바닥만한 납작한 돌까지 너무 커서 치울 엄두도 못 내고
비켜 가게 만드는 돌도 있었다. 정말이지 우리 마음밭엔 이런 돌이 없어야 될 텐데.
문득 우리 마음도 이렇게 일구다 보면 빛나는 보석을 캘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지원 님 /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