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교사인 언니에게서 메일이 왔습니다.
학급 일지를 쓰다가 내 생각이 났다는 언니의 메일을 읽고 얼마나 울었는지...
그 글을 좋은님들과 나누고 싶어 소개합니다.
참, 먼저 언니에게 할 말이 있는데요.
"어릴 적에 언니가 나 청소부라고 놀린 거 지금은 아무렇지 않아. 그러니 미안해하지 마!"
「우리반 아이들 통지표를 쓰며 어떤 칭찬의 말을 쓸까 고민하다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사남매의 맏이로 자란 나는 통지표 받을 때가 되면
은근히 어깨에 힘이 들어갓다. 현주 네 통지표를 보면서 나는 마구 웃음을 터뜨렸지.
'주변 청소를 스스로 잘함' 이라고 쓰신 네 담임선생님의 글을 보며 "야, 너 커서 청소부 되겠다.
'청소를 잘함.' 미래가 훤히 보인다 보여" 하며 웃었지.
그때마다 너는 나를 흘겨보고 난리였지. 그때 나도 너도 어렸지만 너는 분명 마음이 아팠을 거야.
초등학교 1학년을 오래 지도하다 보니 알게 된 것은 영리한 아이가 주위 정리정돈과
청소를 잘한다는 것이다. 통생 통지표를 보고 웃던 내가 이제는 통지표를 쓰는 선생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반 아이들 얼굴을 하나씩 떠올리며 통지표를 쓸 때 나도 모르게
'주변 청소를 스스로 잘함' 이라고 적는 게 아니겠니? 에전에는 몰랐다.
그 짤막한 문구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있는지. 나보다 우리가 중요함을 알고,
이기적이 아니라 이타적으로 행동하고, 주위에 영리하게 반응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을.
우리반 아이들 가운데 청소 잘한다는 칭찬을 받은 아이들에게 꼭 말해 주고 싶은 것이 있다.
그 말 속에는 좋은 의미가 많이 들어 있고, 선생님이 정말로 좋은 뜻으로 칭찬했다는 것을.
내 동생 현주야, 미안하다. 그때는 몰랐다.」
엄현주 님/ 충북 청주시 개신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