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먹는 게 아니라 뱉어야 하는 거야."
화가 장욱진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쉰일곱 나이를 일곱 살이라고 얘기하곤 했다.
그는 나이를 뱉어 버리고 아이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산과 물, 나무와 바람,
사람, 해와 달을 그렸다.
일흔세 살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 붓을 놓지 않고 5백 점에 가까운 작품을 남긴 장욱진.
그는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그림 다음으로 좋아하는 술도 입에 대지 않았다.
육십 대에 이르렀을 때 그는 시력이 극도로 약해져 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 날짜를 받아 놓은 어느 날 한 친구가 그를 찾아왔다.
그날도 그는 부인을 옆에 앉혀 놓고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노란색을 손톱만하게 싸 주시게."
그가 말하면 부인은 남편이 시키는 대로 물감을 팔레트에 짰다.
그걸 찍어 어림잡아 그리는데, 바둑알보다 작은 강아지의 귀와 다리, 꼬리까지
정확하게 그려 내는 것이었다.
친구는 손발이 척척 맞는 부부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작은 강아지도 그렇게 잘 그리면서 눈이 안 보인다니 믿어지지 안네그려."
"이보게, 이 강아지는 내 육신의 눈으로 그린 게 아니라 마음의 눈으로 그린 걸세."
친구의 말에 그렇게 여유롭게 대답했던 장욱진은 눈 수술을 받고 안경을 쓴 다음
안 보이던 때에 그렸던 그림들을 보고 남의 일처럼 한마디 툭 내뱉었다.
"정확하게 그렸는데 그래!"
좋은생각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