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 203호에는 할머니와 아들이 살고 있다.
아들이래야 그도 나이가 지긋해 온통 머리에 서리가 내렸지만...
서울에서 사업을 했다던 그는 일 년 전부터 이곳으로 내려와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막노동을 하고 있다.
발걸음하는 이도 눈에 띄지 않고 늘 굳게 잠겨진 203호 문을 볼 때면 괜스레 마음이 무겁다.
언젠가 그 할머니가 집을 찾을 수 없으니 좀 데러다 달라며 내 손을 잡아 끈적이 있다.
나중에 아드님께서 들으니 할머니 정신이 가끔씩 오락가락 해 일터에 나가서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래서 점심시간이면 오토바이를 타고 늘 집에 들른단다.
할머니의 아들 생각하시는 마음도 아들 못지 않다.
아들이 돌아올 시간이면 주차장까지 마중을 나오신다.
그리고는 아들 먼저 집으로 들여 보낸 뒤 오토바이 좌석을 비닐로 덮고
날아가지 않게 고무줄로 꽁꽁 동여맨다.
비에 젖거나 서리가 내리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어머니의 뜨거운 사랑을 쏟아 놓으시는 것이다.
아침마다 학교 가는 아이를 배웅하려는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노라면
할머니는 또 여지없이 오토바이 옆에 서 계신다.
몇 분 뒤 출근하는 아들이 앉을 오토바이 안장을 소매자락으로 문지르고 또 문지르면서
아랫목보다 더 따끈한 어머니 마음을 부으신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저리다.
이 세성에서 늙은 어머니가 주름진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귀하고 눈물겨운 게 있을까?
굳이 내가 너를 이만큼 사랑한다는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가끔씩 혼미해진 정신으로도
아들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부드러운 눈길에서 그 진실한 사랑을 느낀다.
할머니는 오늘 아침에도 아들의 오토바이 옆에 서 계시리라...
권유진/ 경기도 화성시 병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