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어머니는 간염을 앓다 간경화로 숨을 거두셨습니다.
그리고 10년 뒤 고작 마흔 나이인 내게 어머니와 같은 병마가 찾아들었습니다.
한때는 자살도 생각했고, 모든 것을 버리고 숨어 버리고 싶었습니다.
간염을 앓는 사실을 회사에 알리지 못하고 3년을 지냈습니다.
사표를 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갈등만 거듭하며 입원하기를 몇 차례,
그 사이 간염은 어느새 간경화 3기로 시한부 인생을 만들어 놓고 말았습니다.
그제야 이젠 진짜 직장을 그만두어야겠구나 싶어 집을 정리하고,
친구들과 약속도 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업무 처리를 위해 중국 출장을 갔습니다.
배를 타고 간 게 화근이었는지 배에 물이 차 오르고 다리가 부어 병원에 실려 가고 말았습니다.
소식을 들은 회사에서 귀국하라는 명령이 날아왔습니다.
이제 회사에 가면 해고될 것이 분명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귀국해 회사에 나갔더니 당장 입원하라는 사장님의 지시가 떨어져 있었습니다.
나는 병실에 누워 사직하겠다는 말로 사직서를 대신했습니다.
하지만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습니다.
간염 환자는 입사는커녕 강제 퇴사까지 당하는 세상에
우리 회사는 치료가 끝날 때까지 입원해 있으라고 했습니다.
한 달 뒤 퇴원해 사장님을 찾아뵈었는데 사장님이 대뜸 한마디 하셨습니다.
"그 병 걸렸다고 인생을 포기하면 남은 시간에 얻는 것이 뭔가?"
순간 눈앞이 확 밝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시한부 삶이라는 생각에 모든 것을 버리려 했는데 사장님 말 한마디에 정신이 든 것입니다.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마지막 촛불이 꺼지는 그날까지 내가 할 일을 묵묵히 하다 갈 것입니다.
곽정우 님/ 부산시 해운대구 재송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