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날 늙고 가난한 음악가가 추위와 피로에 지쳐 하룻밤만 묵게 해달라고
사람들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늙은 음악가는 고픈 배를 움켜쥐고 터벅터벅 걸어 강 근처 조그만 교회에 이르렀다.
성모상 앞에 무릎을 꿇은 그는 자신의 슬픈 처지를 호소하며 행복을 달라고 눈물로 기도했다.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곡을 온 마음을 다해 연주했다.
잠시 뒤 음악가가 연주를 마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성모상이 몸을 구부려 늙은 음악가 앞에 자신의 금구두 한 짝을 툭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음악가는 성모상에 감사를 올린 뒤 그 구두를 집어들고 그것을 팔러 금세공사를 찾아갔다.
금세공사는 초라한 행색의 노인이 훌륭한 금구두를 가져오자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이 구두는 훔친 것이 아닙니다."
노인은 열심히 변명했지만 재판관은 그를 믿지 않고 사형을 선고했다.
다음날 아침, 그는 강가에 있는 처형장으로 끌려갔다.
많은 구경꾼들이 모여들었지만 음악가를 동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처형장에 닿기 전 조그만 교회 앞에 이르렀을 때 늙은 음악가는 관리에게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성모님을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성모상 앞에서 기도를 올린 뒤 음악가는 떨리는 손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아름답고 청아한 바이올린 소리에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그때 갑자기 성모상이 몸을 구부리더니 늙은 음악가를 향해 미소지으며
나머지 신발 한 짝을 떨어뜨려 주었다.
사람들은 그제야 그를 믿고 음악가와 함께 성모에게 감사의 노래를 불렀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이세영, 제3문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