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인 저는 얼마 전까지 천주교 유치원에서 아이를 돌보았답니다.
유아기는 성격이 형성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배웠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런 걸 잊고 하루하루 지내기가 바쁩니다.
점심식사 때 아이들이 밥 먹는 것을 도와주고 다른 쪽 식탁으로 와보니
"나 수녀님하고 같이 먹으려고 기다렸어요" 하며 웃는 아이,
쑥스러워 평소에는 눈도 잘 못 마주치면서 밥 퍼 주는 틈을 타
"오늘 성서 이야기 재미있었어요" 하고 쏜살같이 내빼는 아이,
평소 고집만 피우고 말도 안 들으면서 "제 반찬 좀 먹어 보세요" 하고 나를 챙기는 아이...
그때마다 참 행복하다 느끼면서도 아이들을 챙기느라 왔다 갔다 하며 보면,
저도 모르게 귀찮은 마음이 생깁니다. 그런 날 제 기도는 더 길어지지요.
이런 제 마음을 아는지 아이들은 저를 더 믿어 주고 천진하게 안겨 옵니다.
소풍 가는 길에 걸음이 늦어 자꾸만 뒤쳐지는 아이 손을 잡으며,
"준하 손은 참 따뜻하네" 했더니, 제 손을 더욱 꼬옥 잡아 옵니다.
"수녀님은 하늘에서 어떻게 내려왔어요?"
웬 하늘? 아이의 물음에 당황하는데 아이는 또 말합니다.
"수녀님은 하느님 딸이잖아요. 어떻게 하늘에서 내려왔냐고요?"
웃으면서 너도 하느님의 딸이라고 이야기하니 준하는 고개까지 흔들며
"아니에요. 나는 우리 엄마아빠 딸이에요!" 합니다.
이 땅에 아이들이 있는 한 웃음은 계속 피어날 것이고, 우리 삶도 이어질 것 입니다.
또 우리들 마음에 꿈을 간직하고 성실히 키워 간다면, 그것은 자신의 삶에
아이 하나를 맞아들이는 것이겠지요.
"천국의 아이들아! 세상은 너희들이 있어 행복하단다."
최효경 님/ 경기도 안성시 내가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