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유학자 퇴계 이황 선생은 둘째 아들을 일찍 떠나보내는 슬픔을 겪었다.
그는 홀로 젊은 날을 보내는 며느리가 애처로워 밤마다 아무도 모르게 며느리가
기거하는 후원 별당을 돌면서 며느리를 보호해 주었다.
어늘 날 밤 그가 후원에 들어섰을 때 이미 불이 꺼져 있어야 할 며느리 방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퇴계 선생은 며느리 방 앞까지 가서 뚫어진 창호지 틈으로 방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
며느리는 남편이 살았을 때 입던 옷으로 허수아비를 만들어 밥상 앞에 앉혀 놓고
산 사람에게 하듯 말을 건네고 있었다.
"이 찌개는 제가 만든 것이니 제 음식 솜씨 좀 맛보세요."
그날 밤, 퇴계 선생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날 날이 밝자 그는 사돈댁을 찾아가 며느리를 개가시키자고 설득한 뒤 돌아왔다.
사돈은 펄쩍 뛰며 반대했지만 그는 곧 불쌍한 며느리를 달래어 친정으로 보냈다.
여러 해가 흐른 뒤, 그는 한양에 올라가는 길에 날이 저물어 산촌 민가에 하룻밤 묵게 되었다.
그런데 저녁상 위에 놓여 있는 반찬이 이상하게도 자기 집에서 먹는 것과 똑같은 것이었다.
다음날 그 집을 나서는데 주인은 안사람이 만들었다며 버선 한 켤레를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또 버선이 발에 꼭 맞았다.
주인의 배웅을 받으며 한참 길을 재촉한 이황 선생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랬더니 그 집 젋은 아낙네가 담 모퉁이에서 자기를 배웅하고 있었다.
먼 빛으로 보아도 둘째며느리가 틀림없었다.
좋은생각 편집부